내 일상을 지키는 뿌듯함의 순간들
퇴사 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회사 다닐 때 입버릇같이 했던 말들 (이를테면 '아 날씨도 좋은데 공원에서 자전거나 타고 싶다' '아 비도 오는데 집에서 영화나 보면서 뒹굴거리고 싶다)을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아침잠이 정말 많은 나지만 널브러지기 싫어서 정말 늦어도 10시에는 일어났다. 마침 5월 이기도 했다. 한없이 푸르른 5월 평일 아침에 여유롭게 산책하는 아침은 이 시기 내게 주어진 소소한 행복이었다. 집 앞 호수공원을 따라 산책하고 좋아하는 카페나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나를 채우는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했다.
이 시기 나는 집 밥도 꽤 많이 해 먹었다. 회사 다닐 땐 밖에서 사 먹는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때는 직접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먹는 날이 많았다. 덕분에 요리 실력이 확 늘었다. 손이 느리고 뚝딱거리는 나지만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한 끼를 내 힘으로 차려 먹었을 때의 뿌듯함이 꽤 좋았다.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밥도 해 먹고. 사소하지만 뿌듯함을 채우는 하루하루로 불안함을 버텨냈다. 보란 듯이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았지만 내 일상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나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