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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Dec 11. 2024

이걸 공황증상이라고 하나요?

숨을 몰아쉬어요

  2002년 7월 연해주 나호뜨까의 날씨는 한국의 여름날씨보다 훨씬 건조하고 시원했다. 하늘은 맑았고 마을 중심에 바닷물이 들어왔던 터라 높은 건물에서 작은 배들이 물 위에 멋스럽게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으로 들어오기까지 나는, 심장이 쪼글쪼글해질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내가 청년들과 함께 연해주에 간 이유는 타이틀은 비전트립이었지만 순수한 봉사겸 선교활동이었다. 일정은 약 10박 11일 정도였고 전체 인원은 18명쯤 되었다.

  속초에서 페리를 타고 연해주 항구에 1박 2일이 걸려서 흥분된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정신이 혼미할 지경에 처한다.  현지에서 우리 팀을 인솔할 담당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오기 전부터 수없이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내가  이미 한국에서 만났던 목사님의 얼굴은 아무리 찾아봐항구에선 보이질 않았다. 러시아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인솔자인 나는, 애간장이 탈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항구에서 일하는 키가 작고 선한 고려인의 도움이 컸다. 또한 우연찮게 스쳐 지나가던 덩치 큰 한국인 목사님에게 우리를 인솔할 목사님을 아느냐고 물으니 그가 안다면서 자신의 명함 한 장을 내게 건네주고는 한국으로 출발하려는 페리를 급히 타러 갔다. 나는 명함을 기도하는 맘으로 간절히 붙잡았다.


항구 직원으로 일하는 고려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버스를 불렀다. 한참만에 하얀 미니버스가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내려왔다. 우린 오래된 버스를 종착점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운전사는 내가 건네준 명함 속에 있는 주소를 머릿속에 담고 걱정 없다는 듯이 속도를 높여 액셀을 밟았지만 내속은 까맣게 탔다. 반면 내 등뒤에 앉아있는 청년들의 표정은 마냥 즐거워 보였 다. 청년들답게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웃고 게임하는 그네들은 마치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 같았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하이웨이 양쪽으로 수차례 마른번개가 치더니 결국 도시에 다다르기 전에 폭우가 쏟아졌다. 가로등이 드문드문있는 길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움푹 파였다. 버스가 저녁 9시가 넘어서 멈춰 선 곳 위쪽엔 벽이 하얀 색깔이 칠해진 교회가 보였다. 교회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흙길은 도랑이 만들어지면서 빗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가 긴장된 얼굴로 러시아 운전사에게 명함을 내밀면서 전화번호가 적힌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전화를 해달라는 시늉을 하자, 그는 기꺼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그 숫자를 눌렀다. 그러자 어둠 컴컴한 곳에서 어린 청년이 버스로 다가와서는 현광등이 흐릿한 어느 집 앞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가는 길에 나의 발은 물속에 잠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빗물로 젖어들었다. 집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든 청년은 나를 비탈길 위 교회로 데리고 올라갔다. 속에서 등뒤로 버스 안을 쳐다보니 청년들이 나를, 마치 구원자처럼 바라보았다.

  그날밤에 나는 저 멀리에서 소란스러움이 아련하게 들려왔지만 너무 피곤했었던 터라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침이 되어서야 그 소리에 총소리가 섞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회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민은 젊은 깡패들이 찾아와서 교회 간판을 부수고 창문을 깨뜨렸다고 한숨을 쉬면 말했다. 한국에서 20명의 청년들이 어마어마한 짐을 갖고 왔다는 소문이 빗소리를 뚫고 현지인들에게 전해졌던 것일까.


  연해주 비전트립을 마치고 그해 8월 초에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백석대학교에서 열렸던 큰 행사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을.

그러다가 큰아이를 낳으면서 그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나 다시 그 증상이 7년 전에 나타났다. 숨을 몰아쉬는 날이 길어지면서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현지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심박수가 약간 불규칙해 보이기는 했다. 검사지를 한국인 외과의사에게 보여드리니 난데없이 그가 나의 나이를 물었다. 그에 입에서 나온 말은 호르몬 균형이 깨진 것 같으니 한국에 가면 호르몬 검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갱년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줄만 알고 나서 일까, 어느새 숨 쉬는 게 편해졌다. 아주 오랫동안. 

그러다가 요즘에 다시 숨쉬기 힘든 증상이 시작되었다. 몸의 호르몬이 진짜 깨져서 그럴까 아님 심리적인 문제일까. 가만히 나의 상태를 들여다본다. 아무래도 생각, 일, 체력, 책임감등 종합적 면에서 과부하가 온 것 같다. 나를 다독이면서 쉬엄쉬엄 살아도 돼지 뭐.라고 다짐하는 순간, 내 전두엽을 날뛰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 기가 막힌 일이 터진 것이다. 해외에서 뉴스로만 소식을 접하는 내 심장이 다시 쪼그라든다. 누가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운동이 숨쉬기라고 하는데 나는 참말로 힘들다. 힘들어~


아들, 안전하게 제대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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