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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귀에 사로잡히다

일요일들을 읽고 나서

by Bora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을 계속 울리는 글귀.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그래,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래,

버거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하면서...

그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누군가로부터 전해받은 많은 책들 속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수필인가 싶어서 잠들기 전에 가볍게 읽고 싶어서

뽑아 든 책이었다.

책장 첫 번째 왼쪽에 적혀 있는 저자의 프로필을 먼저 읽어보니

일본에서 역량 있는 작가라고 소개가 되어있었다.

최근에 읽었던 한국 작가들 (아버지의 행방일지, 흰)의 문장이 워낙 섬세하다 보니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들은 책장을 많이 넘겨도

내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첫 편 일요일의 운세를 읽으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낭을 멘 어린 형제가 등장한다.

두 번째 편인 일요일의 엘리베이터에서도 배낭을 멘 두 명의 형제가 나오고

일요일의 피해자, 일요일의 남자들, 일요일들에서도 연신 등장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단편 소설의 내용이 이어져 있지만

일요일들의 소설은 내용이 다르지만 동일한 인물인 형제들을

등장시키므로 독자가 단숨에 글을 읽도록 호기심을 점점 부각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채식주의자처럼 강렬한 소재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특별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일요일의 피해자와

일요일들은 마치 작가가 여성인 것처럼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떠나는 날,

나 또한 이런 고백을 하고 싶다.



그래,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그래, 이거면 된 거다. 진심으로.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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