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지인이 수양회 때에 유초등부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느냐며 부탁을 해왔다. 예전 같으면 잠시 고민은 되었지만 응했을 것을 이번에는 더럭 하고 겁이 나버렸다. 한 달 전부터 숨쉬기 힘든 증상이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케냐가 고산이기도 하고 요즘 우기철이라서 기압이 내려가서 그럴 수도 있고 운동부족이거나 호르몬의 변화로 이런 증상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숨 쉬는 게 힘이 들어서 주먹으로 가슴을 칠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나를 신뢰하는 지인의 부탁에 Yes를 했다가는 수양회 도중에 응급실로 실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기엔 정말이지 버거울 것 같아서 상담을 하겠노라고 말했으나 이 또한 지금의 컨디션을 봐서는 더 가벼운 역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믿고 지지하는 지인이 서운 섭섭할 수 있겠으나 나의 상태를 내가 잘 알기에 NO를 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므로 상대방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