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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비한 천재

호기심이라더니

by Bora


단지 호기심 때문에 내 다이어리를 들여다봤다는 너.

동백꽃이 후드득하고 떨어지는 봄날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너 아닌 다른 이에게 전해 들었다.

나는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혼이 쏙 나간 사람처럼

인터넷 서점에 잽싸게 접속을 했다.

벚꽃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막 피어나는 겉표지가 예쁜 시집을

누가 볼까 싶어 얼른 구입을 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너는 그림도그렸었지.


하루 종일 너에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다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한숨을 조용히 내뱉으며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간다.

장 두 장 세장 그리고 스무 장 중반 즈음에

숨이 차오르면서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른다.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고 한 단원을 통째로

나의 다이어리에서 옮겨다 놓은 글.


술에 잔뜩 취한 날이면 너는 입버릇처럼

자신의 IQ는 80이라고 했지.

하지만 너는, 완벽한 거짓말쟁이야.

너는, 야비한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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