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닭고기 요리의 레시피는 참으로 다양하다. 집에서 즐겨 먹는 닭조림탕은 고추장과 간장 소스가 있고 춘천 닭갈비와 찜닭, 삼계탕, 닭꼬치, 닭개장 등등 수많은 닭고기의 레시피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 많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닭요리는 단연코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 일 것이다. 물론 우리 다섯 식구가 한국에 가면 도착 당일 날 주문해서 먹는 음식은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이다.
케냐에서는 인도계 케냐인들이 대부분 크게 사업을 한다.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해서 세련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로비에는 인도인들이 사는 동네가 따로 있을 정도록 커뮤니티가 크다. 어느 아파트는채식주의자들 만 거주를 하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입주 자체를 못한다. 인도인들 중에도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보다는 닭과 염소와 양 고기를 즐긴다. 그들이 자주 먹는 카레 요리는 강화 가루에 송이버섯을 넣기도 하고 닭가슴살이나 닭다리 살 또는 염소고기를 넣는다. 불에 갓 구운 버터가 좔좔 흐르는 난과 카레는 정말 환상적인 조화이다. 그에 비해 케냐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고기를 먹는다. 그중에서도 닭고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닭고기 중에도 케네지라는 로칼 닭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토장 닭과 같다. 육질이 질겨서 요리하는 시간은 꽤나 길지만 맛이 쫄깃한 것이 일품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시골에서 닭을 풀어놓고 키웠듯 이곳 시골에서도 앞마당에 닭을 키워서 계란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칼 식당이나 현지인 집에서는 소고기로 주로 스튜를 만들어 먹는다. 냄비가 열이 오르면 기름을 넣고 보라색 양파를 튀기듯 볶은 후 빨간색 토마토를 넣고 으깨질 때까지 볶는다. 자취생들은 토마토 통조림 원액을 넣고 요리를 하기도 한다. 양파와 토마토가 뭉그러질 정도로 익으면 큐브 모양으로 자른 소고기를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간 불, 약한 불에서 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끓인다. 고기가 다 익어 갈 때 감자와 당근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식당에서는 우리나라의 다시다 같은 로이코라는 조미료로 간을 맞추는데 역시 맛이 좋다. 밥을 먹기 전에 현지인의 허브인 고수를 듬뿍 넣으면 근사한 비프스튜가 완성이 된다.
소고기 스튜는 케냐 가정식 음식이지만 요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지인의 주식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우갈리인데 손으로 쪼물거리다가 비프 슈트 국물에 찍어 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이다. 닭요리도 비프스튜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요리 시간은 반 밖에 안 걸리고 육질은 부드럽다. 그러다 보니 이곳 사람들도 닭고기를 선호한다.
몇 해 전, 앞 집 아저씨가 양계장을 우리 집 담 너머에 만들었다. 닭들은 신나게 계란을 생산했다. 나는 아저씨를 도울 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한국인 부모들에게 계란을 팔아 주었다. 그러나 닭이 계란을 낳지 않자 양계장을 닫는다며 나에게 생닭을 살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싱싱할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구입을 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아랫집 아저씨 마당에서는 물이 끓었다. 금방 잡아 온 닭은 핏물이 안 빠져서 비린내가 확 올라왔다. 뽀얀 살덩어리에 간간히 닭털이 보이자 속이 울렁거렸다.
한국에서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이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기름에 튀겨낸 치킨을 너무 좋아한다. 한식당에서 파는 치킨 후라이드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치킨을 튀기는 일이 많아졌다. 치킨 가루도 없으니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가루, 후추, 소금과 카레가루를 섞어 튀김옷을 준비했다. 나름 아이들의 입맛은 즐거웠으나 한국에서 먹었던 치킨 하고는 맛은 다르다. 양념 치킨이 먹고 싶다면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설탕, 후추, 생강과 마늘 가루에 케첩까지 넣어 자글자글 끓여 주면 매콤, 달콤, 새콤한 맛이 난다. 문제는 뒤처리이다. 대부분의 케냐의 부엌은 환풍시설이 안되어 있다. 튀김을 할 때면 집안 가득 기름 냄새가 퍼진다. 가스레인지나 부엌 바닥이며 사방팔방으로 기름이 튄다. 설거지거리는 기름이 잔뜩 묻어 있으니 치킨을 집에서 튀기는 일은 맘 잡고 해야 한다. 요즈음에는 KFC와 케냐 자체 브랜드인 치킨 인이라는 체인점이 곳곳에 많다. 물론 한국분이 치킨을 전문으로 하는 치맥 하우스와 코리안 치킨이라는 곳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주미아라는 딜리버리 회사가 급성장을 했다. 집에서도 주문을 하면 뭐든지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생겼으나 나이로비 시내에서만 가능하다. 눈앞으로 나이로비가 보이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인터넷 앱으로 주문은 불가능하다.
냉동고에서 두 마리의 닭을 꺼내 밤새 해동을 시켰다.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뼈에 숨어있는 피와 내장을 제거해 주고 닭날개 끝과 똥집을 자르고 깨끗이 제거되지 않은 닭털을 뽑아냈다. 닭조림탕 양념으로 간장 요리를 선택했다. 간장, 굴소스, 설탕, 마늘을 빻아 넣고 생강, 후룻 가루와 약간의 시나몬과 강화 가루도 넣었다. 마지막으로는 굵은 고춧가루를 반 숟가락 넣어 1시간쯤 재운 고기에 양파와 당근과 감자를 섞었다.
케냐의 3월은 해는 뜨겁고 날씨는 건조하다.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갔다 오기라도 하면 몸이 축 처지고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한국의 3월은 겨울 내내 잠자던 숲은 깨어나고 꽃들은 화려하게 피어 날 것이다. 눈앞에 봄꽃들이 아른거린다. 개나리와 진달래, 튤립, 백합 그리고 아카시아... 꽃.
무엇보다도 엄마가 고추장을 넣고 무쳐주셨던 냉이와 시어머님의 쌉쌀한 씀바귀 나물이 그립다. 아마도 봄나물에 대한 그리움은 봄의 향취가 나는 음식으로만 해결될 것이다.
두 주 후아이들은 봄 방학으로 1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는다. 방학 중 하루 날을 잡아서 차로 40분쯤 달려가면 있는 치맥 하우스라는 치킨 집을 가야겠다. 혹시나마 한국식 치킨을 먹고 나면 봄 앓이를 달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