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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May 08. 2020

엄마의 속옷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

울 엄마 브라는 늘 같은 아이보리색 캡이 없는 브라였지요

울 엄마 팬티는 늘 같은 분홍색 면 팬티였어요

햇살 좋은 오월에도 빨래 줄 구석에 부끄러운 듯 널려 있었습니다


아버지, 들어 보세요

엄마와 사신지 60십 년이나 되지만

아내에게 속옷 한 벌 못 사주셨다지요

시장에 가서 남편과 자식들 속옷은 사도

정작 자기 속옷 살까 말까 망설이던

 당신의 아내입니다


오빠들, 들어 보세

아들 하나 둘 셋 장가보내

며느리 생일날 그녀들의 몸에 딱 맞는

색색의 팬티를 선물한

 당신의 어머입니다


여보, 들어 보세

이국 땅에서 13년 만에 속옷을 샀다오

터어키에서 온 진달래색, 청록색,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불편한  브라를 샀지요

지금껏 속옷 살 돈에는 인색한  

당신의 아내입니다


엄마, 들어 보세요

당신 딸 속옷은 빨래 줄 한가운데  

부끄러움을 모른 채 널려 있어요

당신은 딸의 보금자리에 햇살과 바람과 구름이 되어

예쁘다, 그립다라며  머물다 가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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