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차 한잔

오렌지와 귤껍질로 우려낸 차

by Bora

차가운 음식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여름에도 혀 끝이 델만큼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한국에서는 믹스커피를 거의 달고 살았지만 케냐에서 신선한 원두커피를 맛 본 순간부터는 커피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한국 마켓에서 비싼 믹스커피를 굳이 구입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한 움큼 맥심 커피를 손에 쥐어주면 하루에 한잔은 꼭 마신다. 입맛은 커피, 프리마, 설탕의 배합이 기가 막힌 맥심 커피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카푸치노를 마시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속이 쓰려서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카페에서 많은 종류의 차 목록을 봐도 결국은 둘 중에 한 가지만 시킨다.

아메리카노 또는 카푸치노.


딸아이 둘은 귤을 좋아하고 아들은 오렌지를 좋아한다. 나는 아무리 맛 좋은 과일이라도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것은 실온에서 냉기가 빠져야 만 먹는다. 그뿐 아니라 물냉면이나 냉메밀도 웬만해서는 안 댕긴다. 그나마 먹게 되면 야채 듬뿍 넣은 비빔면을 먹곤 한다. 그만큼 음료이건 음식이건 차가운 것보다 뜨거운 맛을 좋아하니 커피는 내가 하루 종일 입에 달고 지내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세 아이들의 도시락을 매일 싸다 보니 과일 한 가지는 챙겨 보낸다. 시장을 자주 볼 수 없는 관계로 냉장고에서 가장 보관이 긴 오렌지와 귤과 사과를 주로 구입한다. 그동안 귤과 오렌지 껍질은 고기를 삶을 때나 사용을 했었다. 고기를 매일 삶은 것도 아니니 냉장고 안에서 점점 자리를 차지하는 껍질을 때면 숙제를 하다가 만 것처럼 찜찜했다. 오렌지 오일을 만들어 볼까? 차로 만들어 볼까? 결국 심심풀이로 팔팔 끓은 물에 바싹 마른 오렌지 껍질을 몇 개 담가 보았다. 10분쯤 지난 후 한 모금을 마셔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향긋한 냄새가 올라왔다. 맛은 달달하고 상큼했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오렌지 차를 마시게 되었다.


케냐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렌지는 거의다 이집트에서 수입을 한 것이다. 케냐 보이라는 따뜻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도 제법 맛은 좋지만 매번 살 수 없고 오리지널 로칼 오렌지는 껍질을 까기도 힘들 뿐 아니라 달지도 않아서 주스로 판매되고 있다. 수입된 오렌지와 귤은 빛깔이 좋고 굵기가 크면 까르프, 주끼니, 나이바스라는 마트에서 판매가 되지만 작은 크기는 로칼 시장으로 나간다.

까르프에서 구입한 스무 개쯤 되는 오렌지를 싱크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 야채 소독제를 넣고 30분쯤 담가 두었다가 수세미로 깨끗이 닦은 오렌지를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다. 내가 과일을 먹을 때는 냉장고에 들어가지 전이다. 그래서 씻어 놓은 귤을 그 자리에서 까먹거나 몇 개만 밖에 놔두고 나머지는 냉장고 안에 넣는다. 일단 냉장고에 들어간 과일은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으니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과일 껍질은 실온에서 말리게 되면 곰팡이가 쉽게 생기거나 작은 벌레들이 꼬인다. 보관할 때도 바싹 말려야지만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다 말린 껍질은 지퍼팩이나 병에 담아 냉장고에서 보관한다.

오렌지 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10분~15분쯤 만 우려내야 한다. 그 이후는 껍질에서 쓴맛이 나오기 때문에 건더기를 건져 내야 향긋하고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커피만이 내가 유일하게 마시는 차였는데 버리기 아까워 냉장고에서 말려둔 오렌지 껍질이 차로 변신할 줄은 몰랐다. '무엇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라고 깨달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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