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

수시로 울리는 전화벨

by Bora

핸드폰이 울린다. 가방 속을 뒤적거리며 폰을 찾았다. 엄마였다. 요즈음 엄마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가 온다. 마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듯이 엄마는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한다. 딸의 전화번호가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070 인터넷 폰으로 케냐 시간에 맞추어 울리던 전화벨이 이제는 시차와 상관없이 나의 폰에서 울리고 있다.

"오빠가 수박하고 참외를 사 왔어. 이모가 블루베리와 스팸을 가지고 왔다. 이웃집 아줌마가 원피스 두 개를 사 왔는데 하나는 네가 입어라. 장아찌와 깻잎을 만들어 놓았다. 고추장과 된장과 고춧가루를 통에 담아 놓았다. 볶아 놓은 멸치 하고 쪄 놓은 감자를 가져가거라. 선물로 받은 비싼 영양크림은 네가 바르라. 도토리 묵가루 값을 붙여야 하는데 네 폰으로 돈을 보내면 내가 돈을 주겠노라. 행거가 고장 났다. 햇마늘을 교회 현관에 갖다 놓아라. "

거기에다 자신이 지금껏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손수 내 목에 걸어 주신다.

그동안 딸이 없었던 빈자리를 채우듯 엄마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신다. 엄마가 왜 그러나 싶지만 짠한 마음들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엄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가 화장실을 가기라도 하면 '쪼르륵' 따라갔고 서울살이를 할 때는 코끝에 문득문득 엄마의 살 냄새가 스쳤다.

요즈음은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딸 가족이 들어왔다며 동네 어르신들과 교회분들에게 자랑하듯 말하신다. 선교활동을 하는 딸이 아픈 손가락이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한 존재인 듯싶다.

예전 같으면 엄마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치를 주었을 텐데 자랑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라고 말리지 않기로 했다. 이 또한 당신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거나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면 전화번호를 누르나 보다. 나 또한 그러한 들 어떠하리오, 저러한 들 어떠하리오 하며 전화를 받기로 했다.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아버지하고 살아온 세월이 63년이 되어가는 엄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한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으신지 아버지와의 다른 성격을 투덜거리신다.

부모님은 나무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평상에 앉아 마늘을 까고 파를 다듬으시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신다. 한걸음 뒤에서 보니 그 모습이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모르겠다.

이른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오늘 교회는 어디로 가니? 얘들도 같이 가니? 왜 아직 출발을 안 했니?"

오후에 또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어디에 있니?"

"내일 아버지가 농협에 가자고 하시네."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엄마의 전화를 수시로 받을 것이다. 나 또한 언제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소식을 전할 참이다.

탕정 지중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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