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줄 아는 남자

막내 오빠의 쿨함에 대하여

by Bora

나의 고향은 아산 탕정이다. 초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산을 넘고 길 옆으로 논과 밭을 지나야 했다. 학교 가는 길에 있던 높은 산에는 오래전에 선문대학이 들어섰다. 어느 해부터인가 초등학교 뒷 동네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더니 시골 동네가 계발이 되었다. 삼성 직원들의 아파트라고 불리는 트라팰리스라는 고층 아파트가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곧바로 길 건너에 연립주택이 생기더니 최근에는 지중해 마을이라고 불리는 멋스러운 곳이 만들어졌다.

2주 전에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친정에 들렀다. 그사이 동네 앞으로는 탕정역이 생겼고 주위로 고층 아파트가 완성되어 있었다. 날로 날로 변화되는 고향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우리 가족은 초등학교 친구의 배려로 지중해 마을 초입에 있는 연립주택 4층에 짐을 풀었다. 고향에서 2달 반 정도 보내게 된 것이다.


케냐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콜벤을 미리 예약해 놓았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기사님은 공항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콜벤 안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만들어 놓았던 전화번호를 정지해 둔 터라 금방 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양가 부모님께 전화로 도착 인사를 드렸다. 시댁 카톡 방에는 도착 소식을 올리고 친정은 카톡방이 없어서 오빠 셋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아주 저렴한 중고차 구입을 원했다. 이번에는 콘퍼런스 참석과 지방을 방문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때문이다.

케냐에서 070 인터넷 전화로 차에 대해서 엄마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내 오빠에게 이야기를 전했나 보다.

막내 오빠는 우리가 너무 싼 중고차를 끌고 다니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렌터카를 제안했다. 사실은 우리가 원하는 바였지만 가격이 너무 비쌀 뿐 아니라 2달 반 동안 빌려주는 곳이 없었다.

한국 도착 다음날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렌터카를 계약했다. 돈은 지불했으니 차 색깔만 골라서 타면 된다."

지난해에 오빠는 여비를 챙겨주고 가족들 식사 모임을 만들어 환영을 해 주고 아이들에게 좋은 옷을 사 입히라며 직불카드를 내 주기도 했다. 참으로 화끈하게 돈 쓸 줄 아는 오빠다.

나는 오빠가 렌트해 준 차를 타고 시댁인 평택을 다녀오고 전주를 들려 여수로 향했다. 친구가 사는 순천을 들렸고 올라오는 길에 함열에서 선배들과 후배를 만났다.


선교사로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가 가족을 위해 식사를 대접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부부는 자식들 중에 제일 걱정이 되는 딸과 아들이며 며느리와 사위다.

우리는 삶의 가치관이 다른 점이 많지만 오빠는 가족뿐 아니라 친구와 선후배들의 어려움을 보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와 오빠의 공통점이다. 하늘이 주신 귀한 선물이다.

나보다 5살 위인 막내 오빠는 내가 보기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베푼 오빠를 위해 기도로 응원한다.

" God bless you."


해지는 여수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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