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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Nov 26. 2022

귀소 본능

되새김질되는 그리움

구정날 안타깝게도 전기가 나갔어요

며칠이 지난 후에야 명절 음식을 만들었지요

소고기 안심을 사다가 고기전을 만들고

동그랑땡을 만들기 위해 표고버섯을 불려 채를 썰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매운 고추와 파를 듬뿍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했지요

아, 명절 분위가 빠져 버린 밥상이 되었네요     


달빛이 훤해 커튼을 밖을 내다보았어요 그리

커다란 보름달이 하늘 가득 차 올랐어요

토끼가 절구를 찧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해서

한참이나 자세히 들려다 보았지요

달 속에서 엄마가 시래기와 고사리와 호박나물을 

지글지글, 보글보글 볶고 계신 것 같더군

아, 정월 보름이군요     

나이로비의 밤

상큼한 냉이와 돌미나리 냄새가 코끝에 스치는군요

뒷동산에 피었던 향기 짙은 찔레와 아카시아,

진달래와 버들강아지 꽃이 눈앞에 아른거려요

아스팔트 작은 틈새로 노란 민들레꽃도 피었겠죠

적도가 지나가는 이곳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요

나무는 푸르고 해는 찬란해요

, 벌써 봄이 온 것을 잊었나 봐요     


잔디를 뽑고 작은 밭을 만들었어요

두엄을 얻어와 흙과 골고루 섞은 후

서양 호박과 토마토와 고추씨를 심었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거예요

씨앗이 비에 씻겨 나갈 것 같아서

두 손을 모아 하늘의 아버지께 기도를 했어요

아, 농부이셨던 아버지의 마음이제야 알 것 같아요

텃밭에 땡초가 주렁주렁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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