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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Dec 10. 2022

 자카란다 나무 아래에서 (2)

한글학교 체험 수기, 입선작

  재) 케냐 한글학교 역사는 약 40년쯤 되어간다. 아쉽게도 한글학교 자체 건물은  없다. 그동안 현지 학교와 국제학교를 빌려서 사용료를 내면서 한글학교를 유지해 왔다. 2년 전에 이사 온 곳 또한 현지 교회 안에 있는 선교센터 건물을 빌려서 수업을 한다. 학교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무엇보다도 책이 많다. 사무실 한쪽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준비해 놓았고 다른 한쪽은 전자피아노와 악기, 복사기, 화이트보드와 수업자료들이 가득하다.

  현재 한글학교는 7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5∼6세와 7세, 1학년, 2학년, 3.4년, 5학년과 6학년이다. 특별히 3.4학년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보니 KLL(Korean Language Learn) 반으로 운영한다. 초등학교 수업은 1교시에서 3교시까지는 한국 초등학교의 국어 책으로 수업을 하고 4교시에는 특별활동을 한다. 유치반은 주로 미술을 하고 저학년은 취미 종이접기 반과 한국 놀이 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학년은 자격증 종이접기 반과 시화반 그리  6학년은 역사공부를 한다. 또한 한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보조교사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조교사들이 열심히 수고하는 모습에 6학년 아이들은 벌써부터 한글학교에서 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 보조교 사들은 수업 전후로 1층에서 5층까지 수시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각 교실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하고 먼지가 쌓인 책상과 의자를 닦고 정리한다. 수업시간에는 담임교사를 돕고 교사회의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 주며 돌본다. 보조교사는 아이들의 작은 선생님이다.


  올해 나는 1학년 담임교사로 봉사를 한다. 수업을 하기 전에 잠시 숙제를 점검하면서 아낌없이 아이들을 칭찬하며 스티커를 준다. 아이들은 포동 송이가 가득히 그려진 종이 위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붙이며 무척 행복해한다.

  어린아이들에게 배우는 점도 많다. 어느 날은 수업시간에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책 읽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친구가 책 읽기가 서툴러서 읽는 속도가 느렸. 이미 빠르게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마음이 답답했을 텐데도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

  하루는 바닷속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아이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것 같아. 자신이 없어.”

  “아니야. , 그림 잘 그리고 있어. 그렇게 그리면 돼.”

  아이들이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현재 한글학교는 한국인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인 이거나 현지인 아이들이 나온. 올해는 두 명의 케냐 아이들이 입학을 했는데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의 영향으로 온 아이가 있고 아빠가 한국 기업의 직원이기에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서 온 아이가 있다. 한국말을 전혀 못 했던 아이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을 즐겁게 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뿌듯함이 있기에 토요일이면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막상 당일 아침이면  눈이 번뜩 떠진다.


  한글학교 행사로는 1학기에는 설날 행사가 매우 흥미롭다. 아이들은 예쁘고 멋진 한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를 한다. 아이들이 한글학교 이사장님과 한인 이사장님 그리고 담임선생님에게 세배를 하며 세뱃돈을 받는 기쁨이 크다. 또한 현장체험학습으로는 코피아 농장과 한인 기업을 방문하고 어린이날에는 한국대사관의 후원으로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2학기에는 추석행사로 송편을 빚고  만들기 또는 한국의 전통 놀이를 한다. 올해에는 야외활동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와 연합해서 현지 아이들과 함께 한국과 케냐 국기를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과 푸른 잔디에 숨겨 놓은 사탕 찾기를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는 1.2학기에 한 번씩 있는 스티커 시장이다. 한 학기 동안 모은 스티커를 한국 장난감 돈으로 바꾸어 주면 아이들은 떡볶이와 호떡과 어묵을 사 먹기도 하고 큰 교실에 진열해 놓은 물건을 구입하며 한국  사용법을 익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년 중 가장 감동적인 시간은 종업식과 졸업식이다. 그동안 활동한 작품을 전시하거나 노래와 율동 때론 악기 연주 발표회를 갖는다. 특별히 5학년 중 한 명이 송사를 준비하고 6학년들 모두가 답사를 준비한다. 졸업생들의 답사를 들을 때면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날은 대사님과 영사님, 한인 회장님, 한글학교 이사장님과  한인 나이로비 교회의 담임목사님을 초대해서 격려사와 축사를 듣는다. 졸업식은 축제의 분위기다.

  2022년 졸업식 날에는 더 특별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학부모님들이 참석해서 바자회를 가질 계획이다.


  자카란다 꽃잎이 바람에 날린다. 한차례, 비가 쏟아지면 꽃은 질 것이다. 

  12월로 다가 갈수록 케냐의 태양은 뜨겁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로 접어들 때쯤 한글학교는 종강을 한다.

  2023년 새해가 밝아오면  ) 케냐 한글학교에서 나는 지금처럼 변함없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환영할 것이다. 또다시 자카란다 꽃이 피고 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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