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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똑똑이

재능이 달라요

by Bora

사람마다 각자의 재능이 있다. 그것이 조약돌처럼 반들반들 빛 나지 않더라도 기쁨의 몰입이 있다면 이 또한 재능이다. 그 재능을 남들과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만족감은 더 하다.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재능을 사용한다면 충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가족의 재능에 대해서 말하자면 남편은 손이 야무지다. 봉지가 꽉 묶인 것을 풀지 못하는 나는 성격이 급하고 손이 무뎌서 가위로 싹둑 잘라내는 것을 선택하지만 인내심 최강인 남편은 꼼꼼히 손쉽게 푼다. 또한 컴퓨터 전공자답게 전자제품과 기계, 전기 부분도 잘 다룬다.

큰아이는 다방면으로 아는 지식이 많다. 엄마인 내가 최근 이슈를 눈을 반짝거리며 꺼내면 아들은 과거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의 무식이 여실이 드러나면 한마디로 김 빠진다.

둘째 아이는 아빠의 DNA를 갖고 태어났는지 손재주가 좋다. 혼자서 뜨개질이며 그림 그리기, 옷 만들기, 액세서리까지 만들어낸다. 어제는 딸아이 생일이었다. 학교를 가기 전에 도시락을 싸는 나에게 목걸이를 새로 만들었다며 보여준다.

셋째는 만화캐릭터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한 캐릭터를 3시간 동안이나 그렸고 스토리까지 썼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자랑을 다.

그럼, 나는 어떤 가. 나는 손재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나마 잘하는 것은 요리할 때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정도이다. 일반상식과 지식의 수준도 수박 겉핥기식이다. 이것저것 요리하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손뼉을 칠 만한 맛을 내지는 못한다. 이 또한 내가 관심 있는 요리에만 손이 간다.

재능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 챈다. 워낙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30년쯤 하다 보니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소설을 쓸 때 최고의 몰입의 기쁨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일 또한 큰 맘을 먹지 않으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게 쉽지 않다.


"저는 헛 똑똑이예요."

전화기 너머로 그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재능꾼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이 또한 장점으로 발휘될 때가 더 많다. 그런 그가 어떤 것에 꽂히면 불도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용감하게 혼자서 일을 처리해 간다. 그럴 때 보면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다양하고 복잡해서 수학문제처럼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참 어려운 존재이다.

자신을 헛 똑똑이라고 말하는 .

"당신의 능력은 대단해요. 참 용감해요. 잘하고 있어요."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응원했다.

헛 똑똑이면 어떠한가. 연약함은 서로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 주기도 하고 애잔함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마구마구 도움을 주고 싶기까지 하다.

헛 똑똑이, 그대가 사랑스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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