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하다
그릴 문에 열쇠를 넣자
철커덕하는 소리를 내며
밤새 닫혔던 문이 열린다
바구니에 수북이 쌓였던 빨랫감이
세탁기 안에서 이리저리 뒤섞인다
전압이 낮으니 2시간쯤 지나서야
세탁은 멈출 것이다
힘겹게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추었다
알록달록한 옷들을
탁탁 털어서 빨랫줄로 옮긴다
바싹 마른 천의 촉감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각을 잡아가며
반듯반듯 옷을 접는다
어깨너머로
아내의 눈길이 느껴진다
고마움일까
당연함일까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의 백허그 한 번이면
내 인생 머슴이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