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달한 배려심

남편의 루틴

by Bora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하다

그릴 문에 열쇠를 넣자

철커덕하는 소리를 내며

밤새 닫혔던 문이 열린다


바구니에 수북이 쌓였던 빨랫감이

세탁기 안에서 이리저리 뒤섞인다

전압이 낮으니 2시간쯤 지나서야

세탁은 멈출 것이다


힘겹게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추었다

알록달록한 옷들을

탁탁 털어서 빨랫줄로 옮긴다


바싹 마른 천의 촉감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각을 잡아가며

반듯반듯 옷을 접는다


어깨너머로

아내의 눈길이 느껴진다

고마움일까

당연함일까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의 백허그 한 번이면

내 인생 머슴이라도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