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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을 엿보다

온라인의 미숙아

by Bora

미미 씨는 인터넷 사용법이 참으로 미숙한 사람이다.

단 한 번도 순조롭게 넘어가질 않는다.

머리를 굴려도 해결이 안 되면

안내전화번호로 곧바로 손이 가곤 한다.

070 전화기가 없었으면

아마도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새로운 사이트나 앱에 등록을 할라치면

ID와 비밀번호가 뜬다.

그럴 때마다 메모장과 볼펜부터

찾아드는 미미 씨다.

온라인 사이트는 미미 씨의 어리숙함에도 문을 열어 주었다.

예상대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안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만 했다.

음성통화로 넘어가는 소릴 들으니

식사시간과 겹쳤다.

기다림 끝에 안내자와 통화가 되었지만

다음단계에서 또다시 전화번호를

눌렀다.

미미 씨는 동일인물인 안내자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적이었던 안내자의 목소리가

순간, 부드러워지면서 묻지도 않은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은행앱 문제가 생겼을 때도

안내자에게 문의를 했었다.

인터넷이 느린 나라에서

살아가는 미미 씨를 위해서

그녀는 20분씩이나 기다려주며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다.

머지않아 챗봇이 상담원을

대신한다면

참으로 서글플 것 만 같다.

미미 씨는 오늘도 힘겹게 산 하나를

넘으며

아침 햇살처럼 따스함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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