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삶으로 한 발자국
작은 텃밭과 담벼락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화단과 티테이블을 놓았던 가장자리에 심어놓았던 차요태가 하늘을 향해 빠른 속도로 자란다. 이 녀석들은 한번 열매를 맺은 줄기에선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고 뻗어나가는 줄기를 꺾으면 이 또한 그 자리에선 새싹이 나질 않는다. 마치 재롱을 잘 부리는 4살 배기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다가 짓궂은 행동에 한번 혼줄을 내면 베개에 얼굴을 콕 박고 한참이나 삐져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한 열매가 아니더라도 벌레가 먹은 차요태를 땅속에 박아 놓으면 한참 지난 뒤에 살펴보면 어느 사이에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하룻밤만 자고 나도 열매가 쑥쑥 커진다. 더 이상 열매가 열리지 않을 땐 차요태의 줄기 밑동을 자르면 신기하게도 새싹이 또다시 나온다. 번식력이 강한 차요태 열매를 우리 집 식구들이 다 먹을 수 없어서 한국분들과 현지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래도 남으면 반으로 갈라서 소금을 뿌려서 김치통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에 무르지 않게 젤 위쪽에 하얀 소금을 듬뿍 뿌려서 냉장고 안에 3개월을 넣어놓는다. 소금이 완전히 녹으면 색깔이 오이지처럼 바뀌면서 쪼글거린다. 수분이 빠져서 쪼글거리는 차요태를 채 썰어서 물에 담가 소금을 빼고 고추기름을 내어 마늘과 파와 피시소스와 깨소금을 넣고 무친다.
대부분 케냐 사람들은 양파와 토마토를 볶다가 채 썰은 차요태를 넣고 소금을 뿌려서 먹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자기식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낸다. 어떤 이는 오이지처럼 끓인 뜨거운 소금물을 차요태에 붓고 한 달 후에 끓인 간장을 식혀서 차요태를 담그면 몇 년이 지나도 맛이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라고 한다. 어떤 이는 오래된 된장이나 춘장 또는 짜장가루에 차요태를 박아 놓으면 쪼글쪼글해져서 통깨와 파만 넣고 무쳐도 맛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생선을 조림할 때 무대신에 넣고 어떤 이는 계란 국을 끓일 때 넣고 어떤 이는 당근과 감자와 당근을 섞어서 볶고 어떤 이는 김밥 속재료로 넣고 어떤 이는 부침개를 만든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이는 차요태 껍질을 벗겨서 당근과 양파, 고추와 파를 넣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어서 새콤달콤 무치고 어떤 이는 오이소박이처럼 만들고 어떤 이는 깍두기로, 어떤 이는 피클과 비빔밥에 호박대용으로 넣고 어떤 이는 카레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차요태를 생으로 무치면 특이한 풋내가 나서 호불호가 있지만 껍질을 벗기면 냄새가 전혀 안 난다. 또한 워낙 단단한 열매이다 보니 볶아도 잘 무르지 않는다. 대신에 볶을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나는 호박잎처럼 차요태의 부드러운 잎을 전자랜즈에서 2분 정도 돌려서 쌈장이나 젓갈을 넣어서 쌈사서 먹는 걸 좋아하고 마구마구 뻗아나가는 새순을 손바닥 만하게 잘라서 기름에 마늘을 넣고 볶다가 피시소스와 굴소스 그리고 굵게 간 고춧가루를 넣고 마지막에 미원을 살짝 넣는다. 아삭거리는 맛이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공심채 볶음과 맛이 거의 흡사할 것 같다. 이런 세세한 지혜로움은 유튜브에 뜨지 않지만 차요태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다 보니 다채로운 요리방식을 배우게 된다. 한마디로 너와 내가, 지혜로움으로 삶이 풍성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