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가고 No. 3

다시 사랑하며 치유된 상처

by Baraka

아현역 계단 밑에서 한참이나 미미 씨는 그날을 되새기며 신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신께 돈과 성공을 구하지 않았다. 단지 원했던 것은 신을 더 사랑하고 신이 원하는 고귀한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미치도록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신이 주신 생명을 놓아 버리고 싶었지만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계단 위를 바라보며 미미 씨는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탄원의 기도를 선택한다.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놈을 용서하게 하소서. 아닙니다. 그놈에게 저주를 부어주소서. 아닙디다. 그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미 씨는 쇳덩어리의 손잡이를 붙잡으며 기어오르듯이 지상에 도착한다. 그리곤 앞을 향해 허리를 곧 세우고 걸어 나갔다.


한동안은 길거리에서 전도사와 비슷한 사람을 스치기라도 하면 온몸이 경직이 되었고 그는 그녀의 꿈속으로 시시때때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럴 때면 미움이라는 감정이 거센 폭풍처럼 휘몰아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미미 씨는 국내 대학생 선교회에서 스테프로 활동을 하다가 2007년 6월에 아프리카로 가게 된다.

케냐에서 16년째 현지 대학생들을 위한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러 왔던 그녀는 오히려 그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고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사랑하며 치유가 되나 보다.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고통과 아픔은 20년쯤 지나서야 완전히 마침표를 찍었다.

미미 씨는 캄캄한 터널 끝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기에 이타적은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연이라도 늙은 전도사를 만나게 되면 눈에는 웃음을, 입가에는 자비를, 한 손에는 온 힘을 실어서 그의 뺨을 한대쯤은 갈겨 주고 싶다.

지인이 사십 대 중반에 넷째를 낳았다. 케냐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뽀얀 아기의 손을 잡아 본다. 작고 앙증맞은 아기의 손이다. 순하고 순한 눈으로 미미 씨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서 숨을 할딱거리며 젖병을 야무지게 빠는 아기의 고귀한 생명 앞에서 그녀는 끝내 눈물이 찔끔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