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과일야채 껍질의 유용성에 대해서

음식쓰레기가 안 나오는 집

by Bora

케냐에서 살면서 살림의 대가인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어쩜 그리도 살림의 지혜가 많은지 모른다. 누구든지 만나면 상대방으로부터 한 가지씩은 배우는 점이 있다. 케냐에 오래 살으신 인생 선배들은 다들 고생이 많으셨고 그런 와중에 꿋꿋하게 현실을 살아내 오신 것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특별히 아내 된 분들은 집에서 웬만한 요리는 만드는데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은 기본이고 만두와 찐빵, 각종 간식류와 베이커리도 수준급이다. 나 또한 케냐에 살면서 수많은 요리를 시도해 본다.


어느 만남의 자리에서 한분이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분의 친정엄마는 고기를 삶을 때 잡내를 없애는 방법으로 말려둔 과일 껍질을 넣는다고 한다. 그날부터 아들이 즐겨 먹는 오렌지 껍질을 모으기 시작했다. 천연소제로 만든 안심야채 파우더를 물에 풀어서 40분간 오렌지를 담가 두었다가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씻는다. 오렌지를 지퍼팩에 담아서 냉장고 안에 넣어 두면 아들은 하루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오렌지껍질을 손으로 잘도 까먹었다. 그 껍질을 모아서 말리기 시작했다. 바싹 말린 오렌지 껍질과 귤껍질은 종이가방에 넣어서 보관하고 있다. 이 상큼한 껍질은 히비스커스 주스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거나 보쌈이나 소고기와 곱창을 삶을 때 넣는다. 페이스 오일을 만들기 위해서 오렌지껍질과 올리브 유를 섞어서 오일을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 인지 감기인지 알쏭달쏭한 날에는 뜨거운 물에 오렌지껍질을 넣어서 차로 마신다. 맛이 의외로 달착지근하다. 그러나 오렌지 껍질 차는 뜨거울 때 마셔야지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물이 식어버리면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쓴맛이 난.


최근에는 보라색 양파 껍질을 말리고 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화가 부부는 미국에 동화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한국인 부부는 다시 속초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네들은 손수 옷을 리폼해 입고 말린 과일 껍질을 차로 끓여 먹던지 갈아서 요구르트 위에 뿌려 먹었다. 말린 양파껍질과 물을 끓여서 천에 염색까지 했다. 또한 케냐에 사는 한국인 교민 한 분께서는 양파껍질 물을 끓여서 1년 동안 마셨더니 몸무게가 5kg나 빠지고 고지혈증도 사라졌다고 하니, 다이어트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케냐 로칼 보라색 양파는 적포도주처럼 색깔이 예쁘다. 그래서 양파 껍질을 말려보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계란 껍데기와 커피를 내린 찌꺼기를 말렸다가 텃밭에 뿌리면 야채가 잘 자란다. 웬만해서는 사과, 당근, 오이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먹고 파뿌리와 야채 자투리는 냉동고에서 육수용으로 보관하고 망고와 바나나, 아보카도, 고구마, 감자와 패션 껍질은 퇴비로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울 집에서는 음식쓰레기가 거의 안 나온다.

오늘 하루도 집안 일로 부지런을 떨어 볼 참이다.



말린 양파껍질과 커피가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