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 한 오후

그리운 냄새

by Bora

오후 내내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온몸이 찌뿌듯하니 기운이 쏙 빠지면서

몸이 벌써 알아채 버린다.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을.

어느새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금세 마른땅을 흠뻑 적신다.

빗물을 머금은 땅이 훅하니 흙내음을 토해 내고 만다.

아, 그리운 냄새다.


한여름, 먹구름이 소나기라도 몰고 오면

울 아버지는 과수원 원두막 사다리 끝에 앉아서

담배 한 대를 피우셨다.

비 오는 오후의 원두막에는

담배와 땀냄새 그리고 황토내음이 뒤섞여

몸이 노곤 해지면서 잠이 쏟아졌다.

그 달착지근함과 구수함은 울 아버지의 냄새다.

아, 나른한 오후다.


빗물을 듬뿍 먹은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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