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은 비교적 부지런한 편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요리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재료가 허락되면 만들고 만다.
그러나 뜨개질, 종이접기, 다림질, 미싱,
아트 하고는 거리가 멀다.
손재주가 없는 내가
아트 클래스를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나이로비 대학 여대생들하고
3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쯤에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내면세계에 대해서 설명을 한 적 있다.
여학생들에게 새해엔
만남의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학생이 아트를 원했다.
학교에서 미술시간이 없이 자란 학생들은
몇 번의 단순한 미술시간이 꽤나 재미있었나 보다.
유튜브와 네이버 그리고 핀트레스트를 오가며
종이, 펜, 물감, 크레파스가
비싼 나라인 케냐에서
고민하며 찾아낸 것은
재활용과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모임은 토기모양을 복사한 종이에
스티커로 꾸미고 남은 여백을
크레파스로 색칠을 했고
두 번째 모임은 잠시 눈을 감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좋은 영향력을 준 사람을
기억하고 돌 위에 그(그녀)의 얼굴을 사이펜으로 그려보는 거다.
그림을 그린 후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얼굴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그(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줍은 미소로 말을 꺼내는 그녀들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