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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Mar 13. 2024

인연

차요태 사랑

2009년 6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살았던 곳은 발로지라는 타운하우스이다. 그때는

골목 도로가 깔려있지 않은 흙길이었고

곳곳에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산책이라도 하면 커다란 공터에 자리 잡은 슈퍼라고 불리는 작은 테이너에서 우유와 빵을 샀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레 단지 내를 구경했는데 커다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난생처음 보는 도깨비 혹처럼 생긴 열매발견한다.

우리 집 옆에서는 한참 공사가 진행이 되고 있었던 터라 사생활이 일꾼들에게 노출이 되는 바람열매를 따다가 심었는데 금세  자라는가 싶더니 온통 철로 된 담을 덮어버렸다. 옆나라 우간다에 사시는 한인분들이 무대신으로 요리를 한다고 들었다. 이름조차 잘 몰랐던 열매는 요리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관상용으로 만 바라볼 뿐이었다.


발로지에 서  1년을 안 살았지만 추억이 참 많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안식년을 다녀왔다.  끼꾸라는 현지 동네에 집과 센터를 지었다. 

한 번은 지인의 식사 초대로  발로지를 방문했었는데 공터에서 따온 열매우리 집 밭에 펜스용으로 심어 보기로 했다. 펜스가 낮다 보니 열매가 열리기라도 하면 개들이 잘도 따먹었다. 무와 오이처럼 수분이 많다 보니 개들이 아작아작 씹어 먹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그러나 텃밭에 잔디가 깔리면서 한순간에 열매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몇 해가 지나고 지인의 사업장에서 눈에 익은 열매를 발견한다. 열매의 이름은 차요태였다.

케냐의 건기엔 바람이 먼지를 많이 몰고 오니 차요태를 심었다. 6개월쯤 지나자 텃밭에 주렁주렁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덩굴용 식물이라서 그런지 담벼락과 줄을 잘도 타고 뻗어나간다.


12월부터 2월의 케냐 날씨는 유난히 건조하고 해가 뜨겁다 보니 차요태로 여러 가지 반찬을 해 먹는다. 요리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  구글, 네이버, 유튜브를 넘나들었다.

양파를 볶다가 채 썬 차요태를 넣고 후다닥 볶거나 오이무침처럼 양파를 넣고 새콤달콤 무치거나 매운 고추를 넣고 부침개로 부치거나 새콤달콤 짭조름하게 절여서 김밥 속재료로 넣는다. 까르프 마트에서 파는 가시오이를 절여서 김밥에 넣으면 물컹거리는데 차요태는 씹히는 식감이 참 좋다. 때론 차요태를 반으로 잘라서 소금을 넣고 절이면 물이 많이 생기는데 물을 버리고 다시 설탕으로 버무리면 수분이 잘빠지면서 오이지처럼 꼬들꼬들 해진다.  차요태와 잔멸치를 넣고 조림을 하니 엄마가 해 주신 무조림 맛이 다.

우리 집의 효자 열매를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이 크다 보니 차요태를 바라만 봐도 맘이 뿌듯하다. 오늘도 기분이 .


차요태 부침개
차요태 장아찌
이웃들에게 나눌 차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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