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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Jan 15. 2024

미국은 처음이라서

삶의 밑거름

대학교 1학년인 아들은 학기 초부터 겨울방학을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다.

30개월부터 선교사 자녀로 살아온 아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환경과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갑작스럽게 외조모의 도움으로

아들은 미국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케냐에선 한국선교사가  세운 

영국식 학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미국선교사가 세운 선교사자녀학교를 다녔다.

중간에 두 번의 안식년을 가족들이

한국에서 보내는 바람에 아들은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주어진 12년 

특례에 해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미국이란

땅을 처음 밟게 된 것이다.


부모의 주머니 상황을 잘 아는 아들은

방학 동안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을 고집스럽게 결정했다.

남미에서 온 유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은

 학교에 남아 있었지만 성탄절 시즌이 되자,

다들 어디론지 갔다고 한다.


그때도 아들은 홀로 기숙사에서 지냈다.

스파게티를 많이 만들어서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을

한 것이다.

다행히도 다른 식재료보다 저렴한

 고기를 듬뿍 넣어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왓젭으로 온 사진 속 고기스파게티가

군침이 돌만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썰렁한 기숙사에서 방콕 하며 지내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져서 엄마인 나는

 맘이 울컥하는데

 녀석은 늘 괜찮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건지, 아닌척하는 건지

깊은 속내를 알 수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아들의 삶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아프리카 땅에서 살아가는 엄마인 나는,

그를 간절히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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