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하루를 알리는 아름다운 햇살과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태양과 싱그러운
초록 물결이 창밖으로 스칩니다.
그대는
삼십 개월에 케냐라는 나라에 왔지요.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젠 장성한 대한의 아들이 되어
입대한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 추운 겨울에 부모님 없이
신병교육을 수료하겠군요
그대의 하루는 어땠나요.
산속 깊은 곳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를
발자국이 뭉그러지도록 뛰고 또 뛰었나요.
혹시나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나요.
그대여,
이 고통의 끝에
분명히 정의란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긴 터널 끝에 한 점의 빛을 바라보며
어둠 속으로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