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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대화 그리고 헝그리

괜찮아요

by Bora

아들, 용돈 필요해?

아니요. 돈 쓸 일 없어요.


아들, 여자 친구 생겼어?

아니요. 내년에 군대 가야 해요.


아들, 추수감사절 연휴인데 기숙사

생활은 어때?

학교 식당이 문을 닫아서 이틀을 굶었어요.


아들, 간식은 안 사놓았어?

괜찮아요. 간식 안 좋아해요.

한국 형이랑 학교 밖에서 밥 사 먹었어요.




이틀을 굶었다는 아들의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하니

이모콘 빨간색 하트를 보내온다

뭐든 괜찮다는 아들이

기특하기보다는 짠하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는 아들이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미국은 대명절 같은 추수감사절연휴였다

어느 친구는 멕시코 집으로 가고

어느 친구는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는 집이나 가까운 친척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학교가 휑하다는 아들에게

헝그리 해서 어쩌냐고 하니

헝그리 정신을 배운 게 아니라

진짜 헝그리 한 것을 농담처럼 말한다

뭐든 늘 괜찮다는 아들에게

지난여름에 맡겨둔 용돈을 보낸다



* 아들은 18살이지만 나이 때문에 한국의 은행에서 해외비자카드가 발급이 안되어서 한국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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