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위로 휴가

아들에게

by Bora

보고 싶고 그리운 아들에게

아들, 작년 8월 초에 인천공항에서 헤어지고 나서 벌써 7개월이 지났네. 많이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 전한다. 네가 입대하기 전에 많이 긴장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겉보기엔 의연해 보였지만 순간순간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그러나 이 부분은 네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었기에 엄마와 아빠는 기도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태어나서 30개월이 지나자마자 케냐에 와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래도 유치원 한 학기와 초등학교 한 학기와 6학년은 한국 학교에 다녔지만- 다니고 졸업을 한 터라 아직도 한국 문화와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겉모습만 한국인이지 공부는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예배는 케냐식으로, 무엇하나 풍족하게 너를 채워주지 못한 것이 늘 가슴 한 곁에 남아있단다. 이런 환경에서도 불평 없이 잘 성장해 줘서 너무 고맙다. 물론 사춘기 때는 '욱 쟁이님'이 오셔서 엄마랑 몇 번 부딪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십 대를 잘 보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이제는 멋진 군인 아. 저. 씨로 생활을 잘하고 있으니 고맙고 대견하다. 아들, 지금껏 MK 자녀로 살아오느라 애 많이 썼어.


요즘 케냐 날씨는 머리카락이 태양에 바스락하고 부서질 정도록 뜨겁고 콧속이 바싹 마를 만큼 건조하다. 케냐에 기침감기가 돌고 있는데 엄마랑 막냇동생이 먼저 아프기 시작하더니 어제부터는 둘째 동생이 몸살과 목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어. 오늘(금요일)은 학교에 못 갔지 뭐야. 학교를 다니면서 아파서 빠진 건 처음인 것 같아. 둘째 동생은 너처럼 5월 말에 졸업을 하고 6월 초면 케냐를 떠나게 된다. 야무진 동생은 어딜 가나 잘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네. 네가 기회 되면 6월에 휴가를 나와서 동생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가 너랑 동생을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주님께서 선한 길로 늘 인도하셨잖아. 너희들이 학교에 못 갈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순간순간 은혜를 베풀어 주셨던 것 기억나지? 너의 인생 또한 우리 하나님께서 성실하게 인도하실 거야. 그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군생활 건강하게 잘하길 바라고 교회 청년들과 속초에서 좋은 시간 보내면서 마음껏 행복하길 바란다. 군대에서 준 위로 휴가 동안에 부디 건강하렴.

아들, 사랑한다. ♡♡♡



속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