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봄이 오다

6일

by Bora

어제 외출했을 때 야채과일 가게에서 고구마와 단호박과 오크라를 샀다. 오늘 저녁식사로 튀김을 해볼 참이다. 거기에다가 정리해서 얼려두었던 오징어를 꺼내 놓았다. 매일 아침마다 텃밭을 살피는데 이슬을 머금은 쑥이 탐스럽게 자라 올랐다. 몇 주 전에 억샌 쑥을 잘라서 햇볕에 말렸더랬다. 한차례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쑥이 다시 자라 올랐다. 물기를 품은 쑥을 가위로 자르다 보니 금세 그릇 안에 한가득 찬다. 어린 쑥을 튀기면 향이 강하지도 않고 맛이 좋아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미국에 사는 지인이 페북에 그의 아내가 마당에서 민들레를 캤다며 사진을 올렸다. 미국에도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한국인은 어디에 살든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야생나물을 참으로 사랑할 뿐 아니라 어떻게든 음식으로 만들어 내고 만다.

일 년 내내 날씨가 비슷한 케냐는 눈에 띄게 계절의 변화는 없지만 17년을 살다 보니 건기와 우기, 콜드와 핫시즌을 몸소 터득한다. 케냐의 3월 중순은 한국계절로 표현해 보자면 여름이 슬슬 지나가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요즘 유튜브에 봄동 무침이 자주 뜨다 보니 자꾸만 눈길이 간다. 화면 속의 봄동 겉절이가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럽기만 하다. 케냐엔 봄동 나물은 없지만 텃밭엔 쑥이 있으니 식탁에 봄을 차려볼까 한다. 아침나절에 후다닥 저녁 준비까지 해 놓았다.


** 3월 19일(화), 감사 일기 **

1. 텃밭에 쑥이 자라니 언제든지 튀김과 부침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감사.

2. 아직은 내가 입맛이 좋아서 요리 만드는 재미가 있으니 감사.

3. 무짠지를 꺼내서 10시간 동안 소금을 우려냈다. 둘째 아이가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무 장아찌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무에 밴 국물을 꽉 짜서 무쳐보니 꼬들꼬들한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친정 엄마가 만들어 주신 무짠지 맛은 아니지만 이 또한 감사.

4. 남편과 아이들이 튀김 음식으로 즐겁게 저녁식사를 수 있어서 감사.

5. 기름진 그릇을 깨끗이 설거지를 한 남편에게 감사.


무짠지 무침


튀김 재료(단호박, 오크라, 오징어, 쑥,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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