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의 환경운동가라는 브런치 북을 발간하면서 몇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최대한 부엌용품과 집안 살림은 안 사고 될 수만 있으면 옷과 악세리를 사지 않기로 한 것이다.
2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국의 6월 날씨는 그리 덥지 않지만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는 후덥지근한 더위로 밖을 돌아다니기가힘들었다. 케냐의 건조한 날씨가 무척이나 그리울 정도였다.
뜨거운 8월 초가 되자 길거리와 지하철 상가마다 옷을 대폭적으로 세일을 했다. 가격이 저렴한 바람에 원피스를 몇 벌이나 사버리고 말았다. 맘 같아선 옷을 더 사고 싶었지만 충동구매는 늘 후회를 동반하기 때문에 절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케냐의 대형 몰에서 판매되는 옷은 대부분 남아공과 유럽에서 온 수입품들이다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옷 스타일이 동양인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윗도리는 가슴 깊이 파여있고 바지는 지나치도록 길어서 한 번씩 옷 가게를 들어가면 눈으로만 잽싸게 둘러볼 뿐이다. 물론 남성복도 대부분 가격이 비싼 편이니 상류층이 아닌 서민들은 대형 몰에 입점된 옷들은 구입할 엄두를 못 낸다. 쇼핑몰에 스포츠 제품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들어와 있고 나이로비 스포츠 센타라는 매장에는 각종 메이커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가히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옷이나 신발은 한국에 갈 때나 사고 봉사팀들이 들어올 때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받아보곤 한다. 여전히 케냐의 중고시장은 한마을을 이룰 만큼 크고 사람들이 북적거릴 정도로 많이 찾는다. 케냐의 중상류층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인인 나로서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부자가 많다. 그들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자체 브랜드는 수입품보다 훨씬 저렴하니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평범한 옷에 아프리카 스타일이 섞인 디자인은 단연코 인기가 많을 것이며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소문이 날 것이다. 케냐의 옆나라인 르완다의 패션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니 말이다.르완다의 맞춤 디자이너인 매튜 루감바가 만든 옷이 미국의 한 영화 시상식에서 빛을 발하게 되면서 아프리카 패션이 주목을받고 있다. 르완다의 패션은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Kigali Fashion week를 검색하면 정보가 뜬다.
케냐에 여성들을 위한 저렴한 옷 가게가 생겼다. Vivo는 케냐 자체 브랜드다.나이로비에 만 18개의 지점이 있지만 각 매장마다 진열된 옷이 조금씩은 다르다. 아마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옷들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케냐 자체에서 생산된 옷인데도 재질이 좋고 편하기까지 하다.
케냐의 옷시장이 바뀌고 있다. Vivo는 여성 전문 옷매장이다. 옷 스타일을 둘러보니 롱드레스와 가디건이 많다.
케냐의 날씨는 한낮의 비해 아침과 저녁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가디건은 케냐의 날씨에 아주 적합하다. 앞으로 여성들이 Vivo 매장을 많이 찾을 것이다.
내 눈을 사로잡은 옷이 있다. 독특한 케냐의 키텡게 디자인이 들어간 옷이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맘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그래서 과감히 카드를 긁었다. 후회 없이. 매장을 떠나기 즉전엔 직원에게지퍼가 달린 잠바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까지 해본다.역시 용감한 나다.
** 3월 20일(수), 감사 일기 **
1. Mrs. 최가 호된 독감으로 일주일 동안 몸살을 앓았다. 밭에서 수확한 쑥과 히비스커스 주스, 무짠지, 차요태 장아찌와 차요태 한 바구니를 챙겼다. 몇 해 전부터 고기를 먹지 않는 그녀를 위해서 채소가 듬뿍 들어가 피자와 참치캔이 들어간 샐러드를 먹었다. 4월에 한국을 잠시 방문한다는 그녀가 건강히 다녀오길 바라본다.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바리바리 싸준 먹거리가 친정엄마 같다고. 케냐에서 돌아가신 그녀의 엄마, 그녀가 엄마가 그립나 보다. 감사한 만남이었다.
2. 2년 만에 옷을 샀다. 두 딸들이 내 옷장을 수시로 뒤져서 옷을 챙겨가는 바람에 그 핑계로 옷을 구입했다. 맘에 든다. 가격까지 저렴하니 일석이조, 감사하다.
3. 아침에 오징어 5kg을 다듬었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겼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케냐에서 오징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4. 아이들 학교에 새로 온 삼 형제의 한국인 엄마와 카톡이 연결되었다. 그녀를 엄마들 카톡방으로 초대했다. 엄마들이 그녀를 환영한다. 그녀가 기쁨으로 답례를 한다. 그녀의 가족이 케냐에서 많이 행복하길 바라본다. 이웃의 기쁨이배가되니 감사하다.
5. 막내딸이 하교 후에 나를 자꾸만 안아 준다. 너무 사랑스러운 딸이다. 행복하니 감사, 감사,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