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아래에서

9일

by Bora

지난밤에 잠을 푹 잤더니 아침부터 힘이 난다. 닭가슴살에 소금과 후춧가루, 생강가루, 마늘 가루와 파슬리 가루를 넣고 양념을 해두었다. 먹다 남은 식빵과 비스킷을 얼려두곤 했는데 믹서기에서 곱게 간 가루를 쟁반 위에 펼쳐놓는다. 계란은 10개 정도 풀고 밀가루는 검지손가락 반까지 만 묻히도록 다른 쟁반에 쏟았다. 재워 놓았던 닭가슴살은 세로로 길게 썰어서 밀가루를 묻혀서 계란볼에 푹 담갔다가 빵가루에 다시 듬뿍 묻혔다. 모아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에 치킨스틱을 담으니 8팩이 나온다.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가 좋을 것이다.


열정의 기세를 몰아서 텃밭의 풀을 뽑아보기로 했다. 친정엄마가 사용하던 호미를 들고 슬리퍼를 벗어재키고 마른땅을 밟는다. 한쪽 땅에 물을 뿌리고 호박씨를 심었다. 텃밭 안을 살필 때면 부쩍 자란 잔디와 바닥에 납작하게 자라는 물풀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오늘은 이 잡초들을 모조리 뽑아 볼 참이다.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서 뿌리를 깊게 내린 20cm쯤 자란 풀을 호미로 내려 찍었다.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끌어올렸지만 뿌리가 깊이 땅에 박혀있어서 한두 번으로는 뽑히질 않았다. 이마와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올라오는 바람에 더 신이 났다. 뿌리를 얇게 내린 물풀은 양손을 동시에 사용해서 쥐어뜯으며 제거했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어지럼증이 오는 바람에 남은 잡초 제거는 내일로 옮겨볼까도 싶었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할 것 같아서 깡그리 뽑아 버렸다.


** 3월 22일(금), 기도제목 **

1. 2시간 동안 텃밭에 왕성히 자란 풀을 뽑으면서 노동의 뿌듯함을 알게 되니 감사.

2. 닭가슴살 1.5kg로 치킨스틱을 만들어서 냉동고에 보관했다.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으로 제격이니 감사.

3. 어젯밤에 푹 자고 나니 피곤이 풀려서 감사.

4. M과 통화 중에 오해가 생긴 것 같아서 대화를 되짚으며 확인을 했다. 그의 가치관이 나와 다름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만이 옳음을 주장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각자의 생각이 다름은 인정하지만 씁쓸하기 짝이 없다. 그의 가치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어서 감사.

5. 토요한글학교의 유아. 유치반 특별활동으로 부활절 계란을 꾸밀 것이다. 계란을 삶고 식용색소와 식초와 여러 준비물을 챙겼다.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감사.


치킨 스틱은 냉동고로 직행


풀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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