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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적

32일

by Bora

케냐의 우기철 날씨는 낮엔 후덥지근하다.

어젯밤에 내린 비는 아침까지 내리더니

오후에도 비가 몇 번이나 오락가락했다.

저 멀리에서 우르렁 거리는 천둥소리와

담장너머 숲에서 풀벌레가 목청을 높이며

찌르륵 찌르륵 쉬지 않고 울어 제킨다.


저녁 9시, 센터에 사는 5명의 청년들이

밥을 먹고 나서 찬양을 부른다.

은은하게 퍼지는 노랫소리가

시골 동네에 정겹기만 하다.

밖은 센터에서 켜놓은 전등불 외에는

온통 칠흑이다.


밤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4월 14일(일), 감사 일기

1. 오늘은 일요일이다. 오전에 2시간 30분 동안 예배를 했다. 언제나 찬양의 시간은 진지하고 열정이 넘친다. 기타를 치는 시푸나가 몸살이 온 것 같아서 몸이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다. 늘 긍정적이고 유머가 넘치는 시푸나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래서 감사.

2. 2주에 1번 있는 나대여학생들과의 모임으로 두 번째 프렌드 쉽에 대한 시간을 갖었다. 처음에는 동그랗게 앉아서 옆사람의 손을 잡고 하는 전기게임을 가르쳐 주었다. 두 번째 게임은 가위바위보를 한 다음에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목에 5개의 손가락 중에서 하나를 찍는다. 진 사람이 손가락을 맞추는 게임이다. 그리고 짜파티라는 케냐 게임을 배웠다. 마지막으로는 2주 동안에 서로 연락하고 관심을 갖었던 짝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서 서로의 장점 5가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었다. 20대 초반의 여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

3. 나와 딸들이 미리 모아둔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여학생들에게 나눔 했다. 친구가 직접 실로 뜬 가방과 탁상용 거울 2개, 액세서리 보관을 위한 서랍 겸 거울, 휴대용 작은 미싱과 장지갑과 손가방에 번호를 매겨서 뽑는 식으로 진행했다.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감사.

4. 오후에 냉장고를 정리하고 내일 있을 미팅을 위해서 몇 가지 반찬을 챙겼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행복이라는 선물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감사.

5. 한국에서 지인으로부터 보이스톡이 왔다. 6월 초에 우리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7주 동안 머물 곳을 찾고 있었다. 지인이 일산시내에 있는 집을 알아봐 주셨다. 남편이 독일에서 베풀었던 재정을 마치 천사와 같은 지인을 통해서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의 손길을 경험한다. 감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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