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17년 지기 지인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녀는 우리 집에 오래된 소파에 앉아서 이리저리로 살폈다. 13년 전에 한국에서 안식년을 보낸 적이 있다. 친정엄마가 동네에 비어있던 집을 미리 예약을 해 놓으셨는데우리가 한국에 가기도 한참 전에 거의 모든 살림을 구비해 놓으셨다. 트럭을 갖고 있던 둘째 오빠가 중고품 물건을 구해다 놓았다. 그때 그 물건이 멀쩡해서 지금껏 케냐 우리 집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파가 보기엔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한번 앉기라도 하면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 정도로 푹 꺼진다. 마치 소파가 나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몸까지 처지는것이다.
S가 한참이나 소파를 살피더니 자신의 집에 있는 소파를 우리 집에 주고 싶다고 한다. 최근에 그녀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집이 작아서 소파가 거실에 차는 바람에 답답하다고 한다. 원래는 가족이 다섯 명이지만 2명의 아들이 케냐를 떠나다 보니 3인용 1개, 2인용 2개까지 필요가 없어서 2인용 1개를 한인벼룩시장에 판매를 하려고 내놨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 세트가 아니라서 구입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 후로 S가 2인용 소파를 누군가에게 줄까 고민하다가 우리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녀가 우리 집의 넓은 거실을 보더니 자기 집의 2인용 소파가 이곳에 제격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 부부가 소파를 가지러 S의 집에 갔다. 소파를 분리해서 차에 넣어 놓고는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삶과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으로 육개장 라면을 맛있게 먹고 나서는 그녀의 집을 나섰다.
우리 집 거실에 S의 집에서 갖고 온 소파를 조립을 해 놓으니 다른 소파와도 색깔이 잘 어울린다. 내가 소파에 가만히 앉아보니 이루 말할 수없이 편안하기 그지없다. 소파의 등받이는 허리를 잘 받쳐주었고 몸을 일으키기도 수월하니 참으로 S에게 고마움이 밀려온다.
4월 17일, 감사 일기
1.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전기가 들어와 있었다. 늦은 오후에 세탁기를 돌렸다. 이 또한 감사.
2. S가 이사 간 새로운 집을 방문했다. 그녀와 함께 삶과 일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
3. S가 나눔을 한 소파로 집안의 분위기가 한결 살아난다. 포근하고 편안한 소파를 무료로 나눔을 한 그녀의 부부에게 감사.
4. 저녁으로 KFC 치킨을 먹었다. 새로 생긴 매장에서 사 온 치킨이 맛있다며 온 가족 좋아하니 감사.
5. S의 집에 갈 때 홈메이드 히스커스 주스와 깍두기, 차요태 간장피클, 차요태 줄기와 나물볶음, 차요태 열매, 로즈메리와 휴지롤을 챙겨갔다. 나눔은 늘 기쁨이다. 그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