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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

34일

by Bora

H의 가족이 인도양에 접해 있는 아름다운 몸바사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그녀의 집안 분위기는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껴서 금방이라도 큰 폭풍비가 내릴 듯이 어둡기만 했다. 이번 3박 4일간에 여행을 통해서 H 가족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나는 그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변함없이 응원할 것이다.


4월 16일, 감사일기

1. 어제 늦은 밤에 전기가 들어왔다. 이틀 동안 모아둔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우기철에 날씨가 좋아서 옷이 잘 말랐으니 감사.

2. 차요태지 무침을 먹어본 지인이 맛있다면서 요리방법을 물어왔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차요태 꽃이 잘 안 피고 벌레가 열매를 파먹기 시작했지만 N를 위해서 열심히 열매를 모아놓았다가 전해주어야겠다. 차요태지 무침이 맛있다고 하니 감사.

3. 도우미 메리가 우리 집에 오는 날이다. 그녀가 집안 청소를 하는 동안에 나는 이것저것 밀린 일을 한다. 성실한 그녀로 인해서 감사.

4. 쌈장양념과 꽁치김치찌개, 우거지 된장국과 생선살을 잘라서 밑간을 해놓고 소고기 안심에 붙어 있는 기름과 막을 제거했다. 부엌에서 부지런을 떨어야지 식탁이 풍성해지는 해외살이다. 그럼에도 감사.

5. 쌈장을 만들다가 고추장이 바닥이 난 것을 알아버렸다. L이 고추장 반통을 나눔을 한다고 하니 감사.


Figs & O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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