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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나이로비~

36일

by Bora

한동안 밤마다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오늘 밤에도 비가 내린다. 비가 온 다음 날 아침엔 어김없이 황토색 흙물이 처마 아래로 들이치고 밤새 볼트와 곰돌이가 흙을 밟은 발로 질둘레를 쏘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집안팎이 어수선한 우기철이지만 우리나라에 삼한사온이 있는 것처럼 케냐의 날씨도 그렇다. 오늘은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다. 굿모닝, 나이로비~


케냐 나이로비에는 유럽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학교도 영국식이 제일 많고 독일, 프렌치 스쿨이 따로 있을 정도다. 유럽에서 연금을 받고 살아갈 나이의 고령이신 분들이 케냐에 많이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은 집이든 카페이든 게스트하우스든 세련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에 그네들은 자연 그대로의 정원과 어찌 보면 지저분해 보이는 숲이 우거진 카페를 좋아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은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그 무엇보다 그네들이 나이로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화창한 날씨가 1순위일 것이다. 콜드시즌에도 그리 두껍지 않은 잠바 하나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곳, 사계절 내내 해를 볼 수 있는 나이로비는 그들에게 환상적인 나라일 거다.


4월 18일, 감사 일기

1. 나이로비에서 키암부 카운티로 이어지는 전기선이 비 때문에 끊겼다. 어제는 케냐파워에서 나온 직원들이 동네 인근의 전기선을 고쳤다. 이틀 밤이나 전기가 없었는데 어젯밤부터 전기가 끊기지 않아서 감사.

2. 지난주 토요일에 유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S가 한글학교 일일교사로 왔었다. 국종류 4가지(된장국, 김치콩나물국, 김치찌개, 육개장)와 배추김치, 차요태지 무침, 차요태 열매, 얼린 가래떡을 챙겨주었다. S가 저녁밥을 먹을 때마다 고맙다며 사진을 찍어 보낸다. 감사하는 마음에 나 또한 감사.

3. 심은지 오래된 차요태 줄기 밑동을 잘랐다. 금방 잎사귀가 시들시들하다. 끝물로 수확한 크고 작은 차요태로 간장피클을 만들었다. 요리할 에너지가 있어서 감사.

4. 아이들의 학교와 집을 오가는 전담 우버택시 기사가 시간을 잘 지켜서 감사.

5. 다음 주에 WNS 학교에서 인터내셔널 데이가 있다. 한국인 9 가정이 돈을 모아서 김밥과 떡강정을 준비한다.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


끝물인 차요태로 피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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