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쇼핑몰 안을 한 번이라도 꼼꼼하게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거의 없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후다닥 어느 곳에 들렸다가 혹시라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까르프 슈퍼마켓에서 시장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오늘은 케냐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도은행인 DTB에서 실링과 달러 계좌를 만들었다. 직원에게 DTB 은행이 케냐 전국에 몇 개가 있냐고 물으니 67개나 있다고 한다. 내가 케냐에 산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지금껏 개인 은행계좌 없이 살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남편이 ATM에서 케냐실링을 빼다 주면 그걸 사용을 하거나 현금이 없기라도 하면 한국의 비자카드를 가끔씩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 때문에 은행계좌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 케냐에 모발폰으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혁신과 변화를 일으킨 M-pesa라는 시스템이 생겼다. 전에는 일반 서민들은 은행계좌를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케냐였다. 그러나 사파리콤이라는 통신회사에서 핸드폰 번호로 돈을 주고받는 엠페사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편리해졌다. 물론 사파리콤 통신회신에 서 수수료를 적지 않게 챙기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이 편리함을 알고부터는 오히려 현금거래를 거의 안 한다. 엠페사는 시골 구석에 사시는 할머니나 가난 한 사람이나 모발폰이 있으면 누구든 사용하게 되었으니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엠파 사는 하루에 송금 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은행과 사파리콤이 협작을 해서 돈의 흐름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
엠파사가 생기기 전엔 로칼시장에서는 현금으로 만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큰돈이 나갈 때는 은행에 직접 가서 수표를 사용하고 큰 쇼핑몰이나 나름 괜찮다 싶은 곳에서 만 카드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금으로 계산되는 그 어느 곳이든 돈 때문에 항상 문제가 일어나곤 했다. 직원들이 돈을 꿀꺽하고 삼켜 버렸다. 아무리 CCTV를 설치하더라도 직원들의 속임수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은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번은 혈압이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이런 상황은 비단 사업하는 곳뿐 만은 아니다. 하물며 종교단체와 NGO, 공공기업, 이민국과 공항에서도 번번이 일어났다. 이제는 가게와 레스토랑, 직원월급, 우버택시, 교회 헌금과 팁조차도 엠페사 번호로 돈을 송금한다. 돈의 투명성을 위해서 특별히 중요할 뿐 아니라 거래 내역이 확실히 남아있으니 부정부패도 많이 줄었다.
생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엠페사가 참으로 편리한 반면에 한쪽에서는 힘든 사람들도 있다. 케냐는 하람베라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두레문화가 있다. 동네사람들이나 일가친척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십시일반 도와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엠페사가 생기는 바람에 누구든지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하람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름 나이로비대학을 나와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케냐에서 괜찮게 살아가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주위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곤란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어느 청년이 하람베 뒤치닥 거리를 하다 보면 자신은 결혼을 40십이 넘어서도 못할 것 같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케냐 경제를 위해서 그리고 개인의 삶을 위해서 사파리콤 통신회사에서 큰 혁신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4월 19일, 감사 일기
1. 환상적인 숍에 들어가서 예술성이 넘치는 카펫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이란에서 온 카펫을 보면서 감탄을 쏟아냈다. 처음으로 카펫가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감사.
2. 은행업무를 도와준 L과 친절하게 일을 잘 처리해 준 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
3. 우간다에 다녀온 S로부터 쌀을 선물로 받았다. 감사. 감사.
4. 싸리센터 안을 구경하면서 역시나 케냐의 옷시장이 바뀌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어서 감사.
5. 선교회 나대학생들 9명이 보이 지역에서 열리는 청소년 수련회에 초대를 받았다.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에 감사.
사파리콤 통신회사
사파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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