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에 처음으로 탄원서를 썼다. 30년 지기 지인의 자녀가 군대에서 억울한 사건에 개입된 것이다.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Y는 군입대를 한다. 나와 Y의 아빠는 대학생 선교회에서 알게 되어서 오빠와 동생 사이로 지냈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껏 같은 선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Y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리고 태어난 후에 성장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우리는 4년에 한 번씩 한국에서 있는 콘퍼런스에서 만나면 서로의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러워했다. Y는 인격적으로 성숙하신 부모님 밑에서 기독교 교육을 통해서 예의가 바르고 거짓이 없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그가 군대에서 여상사를 모욕했다며 몇몇의 동료가 음모를 꾸민 것이다. 이 사건 전에 동료들은 나이가 많은 Y가 맘에 안 들었나 보다. 그들은 이 기회를 통해서 Y가 다른 부대로 발령을 받기를 원했다고 한다. Y는 군사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누명을 벗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에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구나 싶은 것이 심장이 내려앉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Y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이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 5월 중순에 군입대를 위해서 휴학을 하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나의 아들이 생각이 났다. 대한의 아들로 태어나서 국방에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을 휴학한 아들이 혹시나 Y처럼 군대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쩌나 싶다. 군사재판이라는 말 자체가 나에게는 참말로 익숙한 단어가 아닐뿐더러 상사 모욕죄라는 죄명이 무섭기까지 하다. Y가 군대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너진다. 또한 부모님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플까 싶다. 올해 6월에 Y가 제대를 하는데 그때까지도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사법재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어찌, 이런 일이 이 시대에도 있나 싶다. 거짓과 음모와 오해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Y를 나는 믿고 응원한다.
4월 15일, 감사일기
1. Y를 위해서 탄원서를 보냈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이 너무 아픈 일이다. 나는 Y가 정직한 청년이라는 것을 믿는다. 억울한 사건 앞에서 당당한 Y의 모습에 감사.
2. 오전에 나간 전기가 저녁 7시가 넘어가지만 안 들어온다. 그래도 충전해 놓은 휴대용 후레시와 촛불이 있어서 감사.
3. 케냐 대학선교의 미래에 대해서 미팅을 갖었다. 선교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조언을 하며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
4. 두 가정을 위해서 히비스커스 주스와 차요태지 무침, 차요태 간장 피클, 차요태 열매와 쑥을 챙겼다.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 한분이 바나나 호두빵을 직접 구워왔다. 챙기고 챙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
5. 노트북 배터리가 거의 닳아간다. 그전에 감사일기를 쓰고 글을 발행할 수 있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