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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Mar 18. 2023

꼭대기 집

영혼의 집과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열두 해를 보낸 나의 집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바람비가 섞인 냄새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이면 산과 들이 뿜어내던 풀냄새를 잊을 없다. 나의 풍성한 감성 아마 영. 유아기와 유년기 시절을 보냈던 집에 대한 추억일 것이다. 동네초입에서 가장 멀고 산 아래 집이어서 사람들은 우리 집을 '꼭대기 집'이라고 불렀다. 꼭대기 집에봄, 여름, 가을에는 몸이 부서져라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아버지와 마음 넓고 따뜻한 엄마, 똑똑하지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첫째 오빠, 착하고 순박한 둘째 오빠, 사교성 좋고 건강한 셋째 오빠 그리고 밝지만 수줍음이 많은 막내 '방글이'라는 아이가 살았다.

  6학년 학기가 시작할 무렵에 부모님은 내가 학교를 간 사이 동네 가운데로 이사를 해 놓으셨다. 나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꼭대기 집이 그리웠다.


  꼭대기 집 아래쪽에는 두 집이 있었는데 제일 아랫집은 젊은 아저씨가 술로 죽고 난 후에 어린 아들 둘이 고모댁으로 가고부터는 폐가가 되었다. 저녁 늦은 시간에 그곳을 지나칠 때 면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지만 반드시 그 집을 지나서야만이 우리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집을 지나면 좁은 비탈길을 오를 때면 작은 자갈들이 밟혔고 밑으로는 깊은 또랑이 있었다. 작은 다리를 지나면 왼쪽에는 커다란 감나무와 오른쪽에는 앵무 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기와가 지붕인 집엔 할머니가 혼자 살았는데 늘 부지런하고 한 성격을 하시는 분이셨다. 할머니는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큰집 주위에 있는 과수원과 밭에서 혼자서 일하셨다. 집도 깨끗할 뿐 아니라 마당이며 헛간까지도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셨다. 할머니네 집 둘레로는 온통 감나무와 앵두나무가 많았고 화단에는 수국과 매화꽃이 아름드리 피었다. 할머니 집에 종종 가거나 지나칠 때면 마치 신비한 에너지가 할머니에게 쏟아져 나오는 것 만 같았다. 오래전에 자식 많은 홀아비에게 시집을 오셨다는 할머니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자식 둘을 으셨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 마저 고향을 떠났지만 할머니는 혼자서 꿋꿋이 그 집에서 살으셨다. 예쁘게 꾸민 할머니의 집을 지나고 나면 마당이 고 담이 없는 우리 집인 '꼭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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