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나로 돌아오며, 나의 몸상태에 대해 설명하자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병에 걸리기 전과 후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첫 번째로 감정의 변화가 꽤 들쑥날쑥해졌다. 호르몬 때문일까? 감정의 희로애락이 큰 편이 아니었는데 수술한 뒤로 감정의 폭이 꽤나 넓어졌음을 느낀다.
아직도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로봇'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아마도 수술 전에는 '차가운 로봇'이 아니었을까?
나름 심장을 얻게 된 양철나무꾼 정도는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게 되며 생리 전 증후군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평소의 많은 여자들이 생리 전에 이 정도로 이유 없는 짜증이 났었는데 티 안 내고 참아왔다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가 아직은 낯설지만, 새 심장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적응해나가고 있다.
두 번째로는 근육이 빠지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비해 근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술 전에 친구들과 볼링을 치러 가는 날이면 10~12파운드의 볼링공을 던져대곤 했는데, 이젠 9파운드만 들어도 무겁게 느껴졌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치고는 표준 근력이나 운동 신경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았었는데,
슈퍼혈청을 맞기 전 캡틴아메리카라도 된 듯 이젠 근력과 운동 신경이 예전 같지 않음이 절실히 느껴지곤 한다.
한동안은 이런 몸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꽤 다치곤 했었다.
수술 전후로 15kg가 불어나긴 했지만 요즘은 수영을 다니면서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번 큰 병을 앓고 나니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점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왜냐 건강을 잃으면 필연적으로 돈도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은 잔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는 재산에 가깝다.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잔고가 사실은 마이너스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소비습관을 바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나는 때때로 힘들면 집에서라도 술을 한두 잔씩 습관처럼 하곤 했는데, 이젠 즐거운 자리가 아니면 굳이 술을 찾아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참아가며 일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작년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역시 어렸을때 부터 꿈꿔왔던 '작가'의 꿈이 아닐까. 십여 년을 일만 해온 나에게 주는 휴식기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글을 다시 써보며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병이 내게 찾아왔을 때도 덤덤했듯이, 올해 건강검진을 끝내고 완치판정을 받았을 때도 여전히 나는 덤덤했다.
그래도 큰 병을 앓고 나니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지 조금의 방향이 내게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전히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아팠을 때 했었던 다짐이 생각난다.
내가 찾아낸 작은 빛줄기가 오롯이 나만의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남들이 눈치챌 만큼의 빛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남들이 편히 지나갈 수 있게 조금 더 큰 구멍을 파둘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