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더

by HONG

내 맞은편에서 대각선 쪽에 있는 고령의 환자는 안타깝게도 아직 인지능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환자의 보호자와 요양사가 교대로 번갈아가면서 그 환자를 보살폈는데,

어느 날 보호자가 늦게 도착할 것 같다며 전화로 양해를 구하자 환자 앞에서 거리낌 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것이 정말 듣기 힘들었다.

병실 안의 모두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침에도 불구하고 그 요양사는 자신의 머리가 더 딱딱 아프다며 연신 환자에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몸 상태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아마 맞서 싸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양사의 그 말투와 표정 그리고 환자의 무기력함이 그대로 내 마음에 유리조각처럼 부딪혔다.

사실 나는 내 일이 아니면 선을 그어놓고 남의 일에는 기본적인 예의치레만 하며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막상 내가 환자가 되고 나니 드디어 남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건 나쁜 거라고 자신을 다독여봐도, 다시 생각해도 요양보호사의 그 행동이 잊혀지지 않는 상흔이 되었다.

머리가 아파서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자신의 머리가 더 아프다며 환자를 무시했던 요양보호사는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 도착한 보호자에게 대충 인사를 하며 빠르게 퇴근했다.

결국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손해를 본 사람은 오직 환자 혼자였다.

환자분은 "보호사분이 나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어"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다 병실의 다른 보호자들이 위로해 주는 말을 들으시곤 편하게 누우셨다.

어쩐지 이가 갈리는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건강했더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요양보호사와 맞서 싸웠을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날은 오래간만에 더위도 추위도 느끼지 않고 푹 잠에 들었다. 내 맞은편 대각선 환자가 새벽에 실례를 하셨는지 새벽에 소란이 잠깐 있었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강제로 잠에 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잠에 들었지만 잠결에도 어쩐지 그 환자가 신경 쓰였던 밤이었다.

다음 날은 드디어 눈썹의 실밥제거와 머리의 핀을 제거할 거라며 간호사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전달해 주셨다.

머리만 숙이지 않는다면 머리도 감을 수 있을 거라며, "많이 갑갑하셨겠어요"라고 위로해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다.

실밥을 반정도만 풀고 내일 한번 더 뇌 CT를 찍을 거라고 하시며 그러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코의 패킹도 전부 제거를 하고 그 주 토요일에 퇴원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퇴원을 해도 바로 집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상 퇴원해서 바깥공기를 쐰다면 조금 더 기분이 나아질 것 같기도 했다.

코로나 전에는 밖에서 산책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입원했을 당시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로 인해 밖을 나가지 못하는 건 조금 답답했지만, 그래도 병실에 면회객이 없어서 쾌적했던 점도 있었다.

눈썹의 실밥을 뽑아주신 선생님이 머리의 핀을 하나씩 뽑아주셨다. 뽑아주시면서 발의 상태도 간단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뼈가 생각보다 잘 붙고 있어서 따로 수술 없이 2주 정도 깁스만 하고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발에 핀을 안 박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회복까지 빠르다고 하니 내 몸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튼튼한 신체를 잘 갈고닦아주었다가 나중에 이런 비상사태가 생기면 잘 버텨달라고 부탁해 봐야겠다.


막힌 코가 조금씩 뚫려오는지 조금씩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소독약 냄새와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계속해서 올라오는데 아마 거즈냄새가 아닐까 싶었다.

CT를 다음 날 찍는다고 전달받았는데, 그게 새벽 1시일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시간이 없다 보니 환자별로 최대한 쪼개서 촬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일어나서 휠체어로 옮겨 타면 간호사 선생님이 쌩쌩 CT실로 끌어다 주셨다.

저번 주에만 해도 병원 침대째로 실려갔는데 이젠 내 발로 의자에 앉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감개무량하게 느껴졌다.

점점 병동 생활에 익숙해져만 간다. 새벽에 자주 깨지 않고 깨어도 금방 다시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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