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아름 May 14. 2023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 사는 사회는 어디든 갈등이라는 것이 필요악인지 생각이 깊어지는 아침이다.


 주말 비번이라 근무 중에 한 직원의 고충을 들었다. 인간 사회는 어디나 크든 작든 그들 간의 서열을 정리해야 질서가 잡히고 조직이 굴러가는 것인지 자문해 본다. 내 부서에는 정규직, 인턴, 기간제, 용역회사 근로자 등 다양한 형태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가는 사람 가고 오는 사람 오니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감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숨 가쁘게 많은 민원과 고충처리를 하다 보면 사람을 사람이 아닌 기계적 부품으로 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래처럼 무미건조한 웃음과 언어는 상냥하지만 속뜻은 결코 친절하지 않는 그런 이중적인 태도가 어쩌면 몸에 배는지도 모른다.      


이 부서로 이동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고충은 일진 같은 직원 하나가 직원들을 충돌질해서 계속 소위 ’ 돌림빵‘을 한다는 것이다. 일진처럼 무리를 형성해서 가장 약한 자를 골라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즐기고, 그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그 차례가 된 것 같다고 말을 해온다. 지난 한 해에 내가 본 것만도 3명이 그 일진스러운 직원 A 때문에 가슴 아파하며 나갔고, 지난 7년 동안 A는 늘 그래왔다는 것이 직원들의 평이다. 지난해 소위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직원의 고충을 여실히 보았던 그녀가 자신의 차례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해오니 마음이 아파온다.      


사회경험 없이 대학졸업 후 입사해서 한 자리에서 7년을 근무하니 그 우물 안에서만 A는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우물을 더 깊이 파갔나 싶다. 부서이동을 시켜야 하는데 기관에서는 전보의지가 없고, 직렬구조상 그러기도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라고는 업무상 겹치지 않게 분리해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교묘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집단따돌림과 괴롭힘임에 피해자는 멍이 들고, A의 주변인들은 모두 A의 공범이 된다. 피해자의 결심과 주변인의 증언, 그리고 물증들이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으니 참으로 어렵고 안타까운 일이다.      


출근을 앞둔 아침이다. 간밤에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치고 올라온다. 더없이 아름다운 5월, 푸른 하늘과 신선한 공기가 영혼깊이 감사와 사랑, 행복을 끌어올리는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 계절과 만물은 아름다운데 인간은 항상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못하다. 그럼에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우리이기도 하다.      


진정한 갑과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사람은 왜 누구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일까?

못나서!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오죽이나 못났으면 힘으로 사람을 억압해서 존재감을 그리도 드러내고 싶은 것인가...    

 

나는 그 일진 A와의 대화를 사실 포기했다. 직무유기일까? 직무상 절차상 하자나 과오는 없었다. 그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업무에 잘 포장해서 교묘하게 괴롭혀온 것으로 디테일하게 개입하기는 한계가 있었다. A는 극적인 장점과 극적인 단점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업무상 지적이라도 하면 눈물부터 펑펑 쏟으니 이해를 시키려면 한참이 걸린다. A를 1년간 관찰하며 내린 결론은 그러했다. 성장결핍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A가 직원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업무상 분리해 주고, 그들의 고충을 깊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외엔 안타깝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 자리에 장아찌처럼 7년 이상 직원을 묻어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순환하지 않으면 고인 물이 되어 썩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데 10년이 가도 A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다.      

믿기 어려운 갑질과 괴롭힘을 보면서 인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렇게 해맑은 웃음뒤에 악랄함이 도사린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괴롭힘과 폭력.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말하지 않으면 소리 내지 않으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역시 말을 하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기도 한다.


어디서건 사람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로한다.


‘ 마음과 생각의 근육을 잘 키워야 해요. 그건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확하게 의사표시를 하세요! 그리고 즉시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


눈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방을 가득 메우는 아침이다. 오늘 하루도 기쁨과 감사, 행복이 충만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전 09화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흠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