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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Sep 16. 2023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흠이 된다

‘다 이루고 말하는 거예요. 알겠죠?' 우리 같이 기뻐하면 안 될까요?

어르신 복지시설에 봉사를 갔다가 만난 한 사람과의 사연이다.  깔끔한 업무태도와 적극적인 자세를 보고 직원인가 보다 했더니만 나처럼 봉사를 왔다고 했다. 이곳이 고향인 그는 가끔씩 집 근처 시설에 들러 어르신 돌보는 일을 한다고 했다. 능숙하게 휠체어 다루는 법, 어르신 식사보조, 운동과 물리치료, 미술공부 등을 그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딱히 그와 나라는 잉여 노동력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시설에서는 그와 내게 벽면 미화를 하라고 미션을 주었다. 각종 색종이로 가을분위기 나도록 벽면을 꾸미라고 했다. 그와 나는 어르신과 시설 직원들의 시선을 피해 생활실이라는 어르신들이 낮잠 자는 방으로 들어가 색종이로 나무, 사람, 고추잠자리, 도토리, 구름 등 각종 소품들을 만들고 붙이는 일을 했다. 처음 본 인상은 FM사나이 공무원같이 보였는데 예상이 아주 빗나가지는 않았나 보다. 공사에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서로 소개도 없었고 그저 봉사하러  시설에 온 목적이 같은 사람일 뿐이다.

미술이라는 것이 그런 효과가 있나 보다. 자신의 칼라나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도구여서 그런지 처음 본 나에게 그는 대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흠이 돼요. 사람은 절대 믿으면 안돼요. 밟아설 수 있다면 우리는 무한히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해요!”


뜬금없으면서도 봉창 뚫는 그의 소리에 살짝 당황은 했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기에 그에게 맞다고 박자를 맞춰주었다.


“저는 벌써 마흔두 살이 되었어요. 적지 않은 나이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밟히는 게 싫더라고요. 밟아설 수 있다면 반드시 밟고 올라서야 해요. 선생님도 밟고 올라서야 해요”


“………..”


제가 올해 행정고시 1차에 합격을 했어요. 2차는 아슬하게 떨어졌는데 점수가 근 접치에 달해서 기분이 괜찮았어요. 직장 다니면서 시간 쪼개서 혼자 독학해서 1차에 합격을 했단 말이죠. 친구들에게 말하면 잘했다고 격려해 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야! 니 나이에 무슨 행시야. 그냥 다니던 직장이나 다니지!’ 질투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느꼈어요. 질투하는구나. 정말 제가 잘되는 것을 기뻐할 사람은 가족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죠.”


“가족들이 행시준비했던 것을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요. 나이 마흔둘에 행시공부한다고 하고 있으면 불안해하지 않겠어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그냥 혼자 조용히 죽도록 공부했어요. 법대를 나오긴 했지만 고시 볼 생각은 전혀 안 했죠. 점수 맞춰 대학에 간 거라서…. 그저 in Seoul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만 했죠. 사회생활하면서 깨달았어요. 출세는 무조건이다. 무조건 올라갈 수만 있다면 무조건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행시를 독학으로 준비한 거죠”


말하지 않아도 그가 겪었을 상처와 아픔이 켄트지에 수채물감 스미듯 그저 젖어들었다.

기쁨을 나누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니 흠이 되었어요.

“짜식. 저 나이에 무슨 행시야. 그냥 공사 다니던 대로 직장이나 다닐 것이지. 꼴에 무슨 행시야? 하고 소문이 돌았죠. 아, 저의 슬픔이 이들의 안주가 되고, 결국은 저의 흠이 되었어요.”


2023년 행정고시 1차 합격자 명단을 그는 내게 인증이라고 하듯이 휴대폰을 펼쳐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 말이다.


“하고 싶다면 또 하세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예요. 마흔둘이 그렇게 장애가 될까요? 다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나이예요. 응원할게요!”


그는 나에게 복지시설에 봉사온 김에 사회복지사 자격 공부를 하라고 종용했다.

“밟고 올라설 수 있다면 그래야 해요. 공부해서 시험 보는 거 어때요?”


“생각해 볼게요. 공부해 보죠. 뭐. 하면 되겠죠”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요. 하겠다고 말하세요! 반드시 해야 해요!”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해 볼게요. 할게요. 꼭 할게요! 그리고 인증해 드릴게요. 몇 달만 공부하면 되는데 할게요!”


생각해 본 적 없는 사회복지사 자격시험이지만 그를 만나고서 생각이 동했다. 하면 되지,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올라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험하나 보는 것인데.. 하면 되지….


“명심하세요! 공부한다 준비한다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말아요! 다 해놓고, ‘나 이 공부해서 이 자격증 취득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알겠죠? 기쁨은 질투를 낳고 슬픔은 흠이 된다는 말을 꼭 기억하세요!”


짜식, 꼭 여동생한테 말하듯이 하네…’하면서도 그의 아픔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진심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진심을 마음에 담아둔다.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들에 살며시 미소 지으며 빗소리를 듣고 있는 이 시간 그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왔다.

“제가 공부에 도움 되는 자료들 메일로 보냈어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파이팅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다. 그가 수고하고 노력한 모든 것들이 빛을 발하길, 어르신들을 돌보는 그의 바지런한 손길과 마음처럼 그의 인생이 빛나기를 진실로 기도한다. 그리고 그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혹여나 들려온다면 말해주고 싶다.

“정말 기뻐요. 합격할 자격 충분하고요. 고생했고 애썼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앞으로도 님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그의 기쁨이 비록 질투가 되고, 그의 슬픔은 흠이 되었지만 그의 기쁨을 진심으로 같이 축하해주고 싶다.

그의 성공과 행복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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