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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Aug 17. 2023

5. 칼과 꽃

당신과 나의 고통




모두의 일


/ 딸랑.


작은 종이 딸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편의점에 들어가니 편의점 조끼를 은 청년이 박스에 든 아이스크림들을 냉동고에 쏟아붓느라 낑낑거리고 있었다. 나는 냉장고 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콜라, 사이다, 레몬음료, 투명한 생수들 사이에서 하늘보리를 꺼냈다. 조금이라도 오래 차갑기를 바라면서 계산을 했다.


양산으로 햇빛을 가린 나는 교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계신 선생님께 하늘보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은 모자를 쓰고 계셨지만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넨 나에게 선생님은 물어오셨다.


/ 선생님이신가요?

/ 아니요. 학부모입니다.

/ 아, 네..


나는 내 양산을 씌워 드리며


/ 여기에 그늘이 없어 너무 뜨거워서 걱정이 돼서요..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습니다.라고 하셨다.


/ 이 일은 선생님들만의 일이 아니라 저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니다.. 제가 도울일이 있을까요?

/ 감사합니다..

/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무관하다고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학창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모든 선생님들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생님들도 어쩌면 좋은 학부모를 경험하시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학부모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했다.


극단적 내향인인 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하는 것은 우주에서 유성 대신 오렌지가 떨어지는 일만큼이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가가 말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목구멍에 걸려 지속적인 이물감을 주던 말이 빠지고 나니 훨씬 편해졌다. 선생님도 편해 보였다. 두 사람의 경직된 마음이 대화 몇 마디로 풀어졌다.


나는 2년 전 벌어진 사건의 주인공은 아니다. 또 개인적으로 두 선생님을 만나 뵌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서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칼과 꽃


어릴 적 내가 만났던 어른들은 모두 다 불친절했다. 나를 낳아주신 분은 마음의 상처가 심한 분이라 그 상처를 내게 물려주었고. 그녀의 형제들은 비교와 판단과 규정과 무례를 저지르며 내게 죄책감을 가지라고 했다. 는 그들을 증오한다.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모른다. (마음만은 연쇄살인마다.)


살아가다 보면 어떤 사람으로 인해 힘든 일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 경험만으로 온 세상에 대한 불신과,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나 증오심을 가지게 되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고 특정 대상을 미워하고 그 경험으로 내면적 데이터를 쌓아 나간다.

그러나 증오나 미움에만 마음이 멈춰버린다면 어떤 희망도 기대도 성장의 기회도 가질 수 없다.


사람의 내면에는 증오와 불신과 미움과 분노가 있다. 그리고 희망과 인내와 사랑과 연대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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