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6개월을 돌아본 후의 잡생각
이런 걸 어디 가서 먹겠어
네가 사용자라면 이거 돈 내고 쓰겠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냉정하게 고찰해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자. 나만 아찔해..?
본디 남의 군생활은 엄청 빨리 지나가고 내 군생활은 누가 발목 잡는 것처럼 느리다 했는데, 퇴사 이후의 시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광야가 주는 덧없음이 그러한 것인지, 굵직한 업적이 없어 그 시간마저 가루처럼 흩날린 것인지는.. 나도 현재 광야 안에서 허우적대는 1인으로서 확실하게 깨우치지 못했다. 다만 지금까지 걸어온 자취나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마저 굉장한 사치라는 것! 그래 지난 일 따져서 어디다 쓰겠어
현재 필자는 정기적으로는 팟캐스트를 업로드하고(소수의 진성 구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 이따금 글로 풀어내고 싶을 때는 브런치에 뻘글을 배설하며, 이제는 영상에도 손을 뻗치고(배우는 단계) 있는.. 굳이 정의하자면 콘텐츠 기생충(?)이라 할 수 있다. 완화하자면 콘텐츠 잡상인 정도..?
여하튼 회사라는 곳에 속해서 돈을 받고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은 아니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이 자잘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딴짓'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나중에 회사라는 곳으로 돌아갈 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그래서 이 판에 대한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어렵다. 돈을 받는 일도 아닌 데다가 언제 어떻게 가치 있게 쓰일지 모르는 말 그대로 '사이드 프로젝트'이기 때문. 해서 같이 하는 이들에게 '이것도 메인처럼 해주실 거죠?' 하는 것은 떡볶이집 주인장께 "2인분 같은 1인분이요~"하고 외치는 것 이상으로 공허한 외침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돈과 마감이 주는 힘을 매일 같이 느끼는 요즘이랄까
이 모든 걸 감안하고 다소 느슨한 계획을 세웠는데도 변수는 늘 있다. 어울리지 않게 대상포진에 등이 갈리는 듯한 고통을 받는다든지(2주 전 필자의 모습) 같이하는 멤버의 피치 못할 사정 등등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의 급작스런 노크에 아쉬움도 두 배 짜증도 두 배. 그렇다고 어디에 하소연할 수 없는 억울함은 네 배 정도?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가 특별하다고"
이렇게 리액션할 분들이 몇몇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평범함 속에서 늘 특별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개인으로 반은 맞고 반은 미정인,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문장..
평범한 내가 짠 계획에서 기적 같은 특별함을 바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먹어지면 그게 공익 광고지 사람이니
촘촘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그것이 뒤엎어지는 4월의 잔인함 속에서 얻은 한 문장. 뭔가를 쓰려고 했다가 써보니 결국 아무말 대잔치였던 오늘의 뻘글리쉬도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