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클래스 12월 15일 수업 주제 '여행'
혼자 여행 좀 가. 분명 얻는 게 있을 거야
변화의 시기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들었던 말이다. 수능이 끝났을 때, 군 입대와 전역 후에, 취업 준비생 시절 그리고 일을 하다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까지.. 가족을 필두로 나와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앞으로 무얼 할지에 대해 "글쎄요.." 같은 시원찮은 대답을 듣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뱉던 그 말..
한 인간의 삶을 바꾼 엄청난 여행들에 대한 일화나 책을 쉬이 접할 수 있다. 수시로 나의 발전과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매~~~ 우 혹하는 감정이 생기지만, 막상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다.
실제로 갔을 때 겪은 실망감, 여행에 드는 비용, 혼자 가면 심심해 죽는 스타일 등등 기대를 조금이라도 꺾을 티끌이 쌓이다 보니 부러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것이 성가시고 두려워서 그런 것인데, 덕분에 나는 평소의 동선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 집토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실 나도 넓지 않은 동선에서 소소하지만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배경으로 앞에 국회의사당과 당산철교를 둔 오후 3시의 절두산 순교지 한강, 가로막힌 건물 없이 탁 트인 하늘과 함께 청록빛 한강을 머금은 뚝섬유원지, 비 오는 날의 경복궁 근정전 바닥, 눈 오는 날에 특유의 고요한 느낌이 더해지는 부암동의 전경 등 다분히 일상적이지만 그 한 컷의 재생시간이 나에게 더 느리고 크게 다가오는 그런 여행일 뿐이다.
"그건 나들이 아니야?"
여행이 별 건가. 나에게 사색할 거리와 마음의 평안을 주면 집 앞 벤치라도 그곳이 여행지이거늘.. 부러 넓게 펼치는 것보다 깊이 있게 파는 것을 택했고, 요즘은 뜻이 맞는 집토끼도 주변에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김희성 역을 한 마디로 정의한 대사. 집토끼의 소소한 여행 컨셉을 동시에 대변해준 갓은숙 작가님께 무한 영광과 감사의 인사 올리며 오늘의 뻘글리쉬도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