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을 믿었는데, 결과는 실수였다.
올해 1월, 팀에 새로운 선임이 배치됐다.
이전 산하기관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하며 ‘일 잘한다’는 평판을 들었던 인물이었다. 나는 기대했고, 믿었다. 능력 있는 사람이니, 맡긴 만큼 스스로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세세한 간섭을 줄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과장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이건요? 이건요?"
매번 묻는다. 작은 실무부터 결정권을 내게 넘긴다.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여겼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실수’로 구체화됐다.
오늘 오전, 부서장이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는 첫날이었다. 결재서류를 사전에 준비하라 지시했고, 나는 빠르게 결재를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임은 오전 11시가 돼서야 서류를 올렸다. 검토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결재를 보고했지만, 결국 부서장의 지적이 바로 돌아왔다.
참가자 소속이 틀렸고, 명단 누락, 인원 숫자도 오류가 있었다.
이런 행정적 실수, 처음이 아니다. 실수라기엔 반복적이고, 습관처럼 쌓인다.
솔직히 의심이 든다. 결재권자가 있으니, 대충 올려도 최종 검토에서 걸러질 거란 안일함인지, 아니면 애초에 본인의 업무 완결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지.
결론적으로,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경력'과 '평판'을 기준으로 신뢰했고, 그 신뢰를 근거로 관리 기준을 느슨하게 운영했다. 하지만 신뢰와 방임은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조직에서 역할을 맡기고 자율성을 부여할 때, 반드시 명확한 기준과 체크리스트, 중간 점검, 실수에 대한 피드백 루틴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결재권자의 역할을 단순한 '최종 감시자'로만 오해하면, 조직은 누수와 실수의 반복에 빠진다.
이번 사례를 통해, 나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 담당자별 역할과 책임 재정리
✔ 주요 문서 및 실적 중간 점검 체계화
✔ 반복 실수 발생 시 교육 및 관리 강화
✔ 결재권자의 역할을 ‘최종 감시’가 아닌 ‘과정 관리’로 확장
조직은 신뢰 위에 서야 하지만, 신뢰만으로 굴러가진 않는다.
기본을 점검하고, 시스템을 세우는 것. 그것이 실수를 줄이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