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건물 유리창 위에 번져갔다. 출근길 버스 창가에 앉은 나는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았다. 분주히 장을 보는 어르신,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이들, 그리고 지각이라도 한 듯 뛰어가는 직장인들. 모두가 자기 자리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 나도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쪽에서는 늘 같은 질문이 고개를 들곤 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그 너머 무언가를 위해서일까.’
사무실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후원 안내 포스터, 복도에 쌓인 택배 상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러나 그 익숙함은 때로 나에게 묻는다.
“오늘도 잘 버틸 준비가 되었나?”
“네가 선택한 이 길에 여전히 의미가 있나?”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 화면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친절한 인사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시험 문제처럼 느껴진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본다. 눈부신 햇살과 달리 마음은 무겁다.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분노를 받아내고, 아픔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온다. 하품하며 앉는 사람, 서류 뭉치를 안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 모두가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다. 지쳤지만, 그래도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책임을 내려놓을 수 없는 얼굴.
“과장님, 오늘 일정 많으시죠?”
후배의 물음에 나는 미소로 답한다.
“응, 뭐. 늘 그렇지 뭐.”
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에 서로의 피로와 다짐이 스며 있었다. 순간 또 생각이 스쳤다.
‘나는 회의와 보고서에만 매달려 사는 걸까? 아니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고 있는 걸까?’
점심 무렵, 복도 끝 창가에 서서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잠시 듣는다. 그 웃음은 불현듯 내 마음을 멈춰 세운다.
“그래, 내가 하는 일도 결국 저 웃음을 지켜내는 일이겠지.”
순간 아침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무겁기도, 허무하기도, 벅차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서 있다. 아직 뚜렷한 답은 없지만, 분명한 건 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내 삶의 터전임을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