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한쪽에서 막내 직원이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업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여러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해 팀 메신저에 올려두었다.
그 모습을 본 동료가 내게 말했다.
“저 친구, 진짜 일 잘하지 않아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작은 물음이 따라붙었다.
‘정말 그게 ‘일 잘함’일까?’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보고서를 빨리 쓴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 말솜씨가 좋다.”
이런 기준이 ‘일 잘하는 사람’의 조건으로 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그건 종종 착각이라는 것을.
어느 회의 자리에서였다.
막내가 작성한 보고서는 보기엔 완벽했다.
수치도, 문장도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가 빠져 있었다.
실제로는 예산 절감 효과가 거의 없는데, 문서만 보면 마치 큰 성과가 있을 것처럼 보였다.
회의가 끝나고, 현장 팀장이 내게 속삭였다.
“이대로 진행하면 현장은 무너집니다.”
그때 알았다.
일 잘함의 착각은 눈에 보이는 능력에 치우친다는 것을.
보고서 한 장, 발표 한 번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뒤에, 실제 현장을 지탱하는 힘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대개 조용했다.
며칠 후,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말수가 적은 한 선배는 늘 현장의 상황을 먼저 확인했다.
서류에 드러나지 않던 문제를 찾아내고, 미리 관계자와 조율해 두었다.
덕분에 일이 불거지지 않고 조용히 해결됐다.
아무도 몰랐지만, 사실 그는 팀 전체를 살리고 있었다.
“선배님, 어떻게 그렇게 조용히 다 해결하세요?” 내가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일 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빠르고 정확한 기술이 곧 ‘일 잘함’이라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살리고, 팀 전체가 굴러가게 만드는 힘이다.
사무실에서 막내가 다시 보고서를 들고 와 물었다.
“과장님, 이거 괜찮죠?”
나는 자료를 훑어본 뒤 잠시 멈추어 물었다.
“이거, 현장 의견 들어봤어?”
그는 순간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아… 아직은요.”
“그럼 먼저 가서 물어봐. 보고서는 그다음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나갔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빠른 손이 아니라, 좋은 연결자로 남아야 한다.’
퇴근길, 버스 창밖에 스치는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 잘함이란 결국 혼자 빛나는 능력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고, 팀 전체가 제 역할을 하도록 이끄는 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짜 ‘일 잘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