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사무실 옆 테이블에서 늘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새로 들어온 직원 어때?”
“응, 뭐… 괜찮아 보이는데.”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정해진 질문이 날아왔다.
“근데, 걔는 일 잘해?”
가볍게 던져진 농담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무겁게 들린다.
마치 사람의 가치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해 평가하는 주문처럼.
나는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속으로 곱씹는다.
‘도대체 일 잘한다는 건 뭘까?’
신입 시절, 나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선배가 내 상사에게 물었다.
“그 친구 어때요? 일 잘해요?”
나는 옆에 앉아 있었지만, 투명인간처럼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음… 성실해요. 보고서도 꼼꼼하고.”
칭찬이었지만, 동시에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보류였다.
그날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는 확실히 ‘일 잘한다’는 말, 듣고야 말겠다.’
세월이 흘러 과장이 된 지금, 후배들을 보며 나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걔는 일 잘해?”
회의 준비를 꼼꼼히 하는 후배, 보고서를 빠르게 쓰는 후배, 현장에서 발 벗고 나서는 후배….
각자의 강점은 다른데, 사람들은 여전히 단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평가하려 한다.
결국 속도가 빠른 사람만 ‘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묵묵히 뒷정리를 하는 사람은 쉽게 잊힌다.
눈에 띄는 능력이 아니라, 안 보이는 헌신이야말로 조직을 지탱하는데도 말이다.
얼마 전, 신입 한 명이 작은 실수를 했다.
서류 날짜를 잘못 기재해 보조금 지급이 하루 늦어졌다.
동료들은 속닥였다.
“에휴, 아직 멀었네. 일 잘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나는 멈칫했다.
그 신입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했고, 어르신들 곁을 가장 오래 지켜주던 직원이었다.
그의 손길 하나 덕분에 하루가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지 서류 하나로 ‘일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게 마음을 무겁게 했다.
며칠 뒤, 나는 그와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낡은 의자에 앉은 어르신의 신발 끈을 조심스레 묶어주었다.
어르신은 연신 고맙다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이게 진짜 일 잘하는 거지.’
사무실로 돌아와, 나는 팀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우리가 말하는 ‘일 잘한다’는 게 뭘까요? 보고서를 빨리 쓰는 걸까요, 숫자를 안 틀리는 걸까요, 아니면 이렇게 어르신 곁을 지켜주는 걸까요?”
잠시 대화가 멈췄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퇴근길, 버스 창가에 앉아 나는 스스로에게 또 물었다.
‘나는 과연 일 잘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단지 그렇게 보이려 애쓰는 사람일까?’
결국 대답은 단순했다.
일 잘한다는 건 혼자 잘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잘하게 만드는 것이다.
속도와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이어주고,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야말로 진짜 일 잘함이다.
다음 날, 누군가 또 물었다.
“과장님, 신입 ○○씨 어때요? 일 잘해요?”
나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잘해. 아직 배울 게 많지만, 사람을 잘 살려.”
그 순간, 오래된 질문 하나가 내 안에서 조용히 내려앉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