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질문

by 단호박

그날은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우산을 쓴 사람들이 좁은 인도를 가득 메웠고, 차창에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서둘러 현장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 한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모자를 눌러쓴 채, 손에는 작은 비닐봉지. 안에는 반쯤 남은 두부와 시든 채소 몇 줄기. 젖은 옷으로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괜찮으세요?”
내가 조심스레 묻자,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가고 싶은데, 버스비가 없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수없이 듣던 이야기였지만,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니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천 원짜리 몇 장과 동전 몇 개.
내밀까 말까 망설임이 몰려왔다.


‘그냥 드리면, 혹시 더 의존하게 되진 않을까?
아니면 오늘만큼은 그냥 도와드려야 할까?’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어르신은 여전히 정류장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결국 동전을 꺼내 손에 쥐여드렸다.
“이걸로 버스 타세요.”


어르신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미소인지 쓸쓸함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내가 한 행동이 정말 옳았을까?’


당장의 어려움을 도왔다는 안도감과, 체계 밖에서 개인적으로 행동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섞였다.


회의 시간, 무심코 그 일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았다.
한 선배는 말했다.
“잘했네. 그 상황에서 누가 그냥 지나치겠어.”


그러나 또 다른 동료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원칙은 지켜야지. 작은 도움이라도 반복되면 기준이 흔들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우산을 세워 두며 다시 생각했다.
사회복지란 결국 원칙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일이었다.


원칙만 고수하면 눈앞의 사람을 외면하게 되고,
현실에만 매달리면 체계가 무너진다.


나는 그날 어르신에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정답은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질문 자체가 내 안에 오래 남았다는 것이다.


며칠 뒤, 같은 정류장을 다시 지났다.
그날의 어르신은 보이지 않았다.
벤치 위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때 그 선택이 옳았을까?’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순간,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일었다.
‘완벽한 답은 없더라도, 최소한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회복지사의 길은 정답을 찾는 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길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날, 나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앞으로도 내 삶의 나침반처럼 곁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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