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제법 서늘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일정표 위로 오늘의 현장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동, C씨 가정 방문.”
몇 번이고 찾아간 집이었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지 않았다.
문 앞에 서면 언제나 알코올 냄새가 먼저 맞이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 끝, 그의 집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세찬 술 냄새가 쏟아져 나왔다.
“왔어?”
중절모를 삐딱하게 눌러쓴 그는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입가에는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기묘한 표정이 떠 있었다.
방 안은 술병과 종이컵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덜 비운 소주병이 남아 있었다.
“선생, 나 술 끊으라고 하지 마. 나도 알아. 근데 이게 없으면 하루가 안 돌아가.”
낮고 거친 목소리.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대화였기 때문이다.
“건강이 염려돼서 그렇습니다. 병원도 같이 가 보시죠.”
그러나 내 말은 허공에 흩어졌다.
“병원은 무슨. 술이 내 약인데.”
그는 고개를 푹 떨궜다. 방 안의 공기가 적막해졌다.
나는 작은 의자에 앉아 그의 손등을 바라봤다.
희미한 상처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병 때문만은 아니었다. 삶과 싸운 흔적, 외로움이 남긴 흔적이었다.
머릿속에서 교과서 문장들이 맴돌았다.
“공감하라. 비난하지 말라. 대안을 제시하라.”
그러나 눈앞의 그는 교과서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선생, 있잖아. 술 냄새 난다고 다들 나를 피하잖아. 나도 알아. 근데… 그게 더 힘들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눈가가 젖어 있는 듯 보였다.
방문을 마치고 골목을 빠져나오자, 서늘한 아침 공기가 다시 폐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술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옷깃과 머리카락에 배어,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따라왔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다가 시계를 보니, 아직 오전 열 시.
하지만 이미 하루가 다 지난 듯한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방금 그에게 무엇을 해준 걸까?’
술을 끊게 한 것도,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준 것뿐.
그런데도 어쩌면 그것이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게 아닐까.
책상 위 메모지에 조용히 한 줄을 적었다.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먼저 곁에 있어 주자.”
비록 술 냄새로 시작된 아침이었지만,
그 냄새 속에서 나는 인간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다시 마주했다.
그리고 그것을 견디며 함께 서 있는 일이,
사회복지사인 내가 해야 할 첫걸음임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