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삶의 조각

by 단호박

신입 사회복지사 시절, 나는 매일이 낯설고 두려웠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설레며 들어왔지만, 정작 맡겨진 일은 어르신 댁 청소나 서류 정리 같은 자잘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동 ○○어르신 댁, 환경 정리 좀 부탁해요.”
청소도구와 쓰레기 봉투를 챙겨 길을 나섰다.


좁은 골목 끝, 허름한 단칸방.
문을 열자마자 쾌쾌한 냄새가 밀려왔다. 발 디딜 틈 없는 방 안, 산처럼 쌓인 신문지와 엉킨 그릇들, 먼지로 가득한 창문.


숨을 막고 싶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정리 좀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어르신은 힘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은 피곤했지만, 어딘가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펼치고, 눈에 띄는 것부터 담기 시작했다.
오래된 컵라면 용기, 곰팡이 핀 빵 봉지, 찢어진 비닐봉지들….


그러다 책상 한구석에서 작은 철제 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흑백사진과 누렇게 바랜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이건 버리면 안 되겠죠?”
조심스레 물었지만, 어르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사진만 따로 모아두고 다시 청소를 이어갔다.
하지만 손이 멈출 때마다 의문이 따라붙었다.


‘혹시 이 낡은 잡지, 찢어진 수첩도 그분에게는 의미 있는 건 아닐까?’


“이거 다 버려도 괜찮을까요?”
다시 물었지만, 침묵이 돌아왔다.
그 침묵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허락 같기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거절’ 같기도 했다.


그날 방 안의 절반을 치우고 열댓 개의 쓰레기봉투를 만들었다.
몸은 땀에 젖었지만, 성취감 대신 묘한 허전함이 몰려왔다.


집을 나서며 뒤돌아보니, 어르신은 정리된 방 한가운데 앉아 계셨다.
그러나 얼굴은 환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텅 빈 듯 보였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동료들이 “고생했어요”라며 웃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쉽게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치운 건 쓰레기였을까, 아니면 그분의 삶의 조각이었을까.’


며칠 뒤 다시 댁을 방문했을 때,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깨끗해져서 좋으시죠?”
어르신은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곧 사라졌다.


그 표정 속에서 나는 묵직한 목소리를 들은 듯했다.
“네가 지운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내 삶의 흔적이야.”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남았다.
사회복지란 단순히 누군가의 삶을 정리하고 치워내는 일이 아님을 처음 깨달았다.


때로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조차, 그 사람에겐 살아온 날들의 증거이자 버틸 수 있는 힘일 수 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을 떠올린다.
‘나는 과연 옳은 일을 한 걸까? 그 손길은 어르신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 편의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 질문은 여전히 내 안에서 끝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회복지란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곁에 서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술 냄새로 시작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