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의 본질을 묻다

by 단호박

사람은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연결이 언제나 따뜻하고 평온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고, 때로는 기대하다 실망한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수많은 관계를 보아왔다.
그 속에서 하나의 질문이 늘 내 안에 머물렀다.


“인간 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느 날, 한 어르신과의 상담이 있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젊었을 땐 가족들 다 내 옆에 있었지. 근데 나이 드니까… 다들 멀리 가 버렸어.”


그 목소리에는 원망보다는 허전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날 그의 손을 잡으며 깨달았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
곁에 누군가 있다는 확신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동료와의 갈등 속에서 찾아왔다.
작은 오해가 쌓여 말을 섞지 않게 되었을 때, 업무는 순식간에 꼬였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현장을 함께 나가게 되었다.
어색한 침묵 속 하루를 보낸 뒤, 돌아오는 길에 동료가 조용히 말했다.


“과장님, 사실 저는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 한마디가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관계란 결국, 상대가 무슨 마음으로 있는지 알게 될 때 회복되는 것이었다.


관계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건 아이들이었다.
아동센터에서 만난 한 꼬마는 내가 늦게 도착하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이제 왔어요? 기다렸단 말이에요.”


“미안하다. 다음에는 더 일찍 올게.”


그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관계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기다림에 응답해 주는 것, 그 단순한 행위에 담겨 있었다.


사무실에서 가끔 이런 말이 오간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힘을 주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도 관계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관계다.


인간 관계는 이중적이다.
상처와 치유가 동시에 존재한다.


퇴근길 버스 창가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인간 관계의 본질은 결국 ‘너를 위한 나’라는 사실.


내가 있어야 네가 있고,
네가 있어야 내가 존재한다.


이 상호성과 연결성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확인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내가 배우는 것도 다르지 않다.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내가 주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깨달음.


이것이 관계의 본질이자,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유였다.


나는 다짐한다.
내가 만나는 모든 관계 앞에서 묻고 싶다.


“상대가 나를 통해 조금이라도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야말로, 인간 관계의 본질을 붙잡는
유일한 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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